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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안전망 구축이 우선돼야

원정희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11-12 22:20

[기자수첩]

“모럴해저드 방지법(?)을 만들던가 해야지” 최근 모 카드사 직원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모럴해저드 방지법’이라…조금은 황당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카드사 직원이라면 한번쯤 떠올려봄직한 생각이다.

그만큼 고객들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상황이며 이로 인해 카드사 직원들이 곤욕을 겪고 있는 것은 직원들의 엄살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고객들의 모럴해저드가 발생한 근본 원인으로 신용불량자와 관련해 정부 및 관계기관의 땜질처방식 정책을 들 수 있다.

최근까지도 신문의 사회면이나 경제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문구중 하나가 ‘카드빚 때문에’라는 말일 것이다. 카드빚 때문에 자살하고 카드빚 때문에 은행강도로 나서는 등 거의 모든 범죄가 카드빚과 관련이 있을 정도다.

게다가 최근엔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육박하면서 이들로 인한 사회, 경제적인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언론에서도 카드빚, 신용불량자에 대한 기사를 매일같이 대서특필하고 있다.

일이 이렇게 되다보니 신용불량자 구제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정책입안자들과 자산관리공사(캠코)등의 관계기관은 신용불량자 구제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캠코는 얼마전 70%까지도 원금을 탕감해주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후 30%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런 정책들이 보도되자 마자 빚을 안갚겠다는 채무자, 자신의 채권도 캠코로 넘겨달라는 채무자, 빚을 다 갚고나서도 되돌려달라는 채무자 등 다양한 형태로 고객들의 모럴해저드가 나타났다.

땜질처방식 정책이 사회,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혼란을 가져오는지는 이번 사례로도 알 수 있다.

신용불량자들의 범죄, 자살, 고객들의 모럴해저드 이 모든 것이 섣부른 정책으로부터 나온 결과이며 이들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는 더 이상 단기적인 처방만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볼 때 채무자들의 원금탕감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등 장기적인 정책이 시급하다.

실제 모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불량자들이 자살하거나 강도, 절도행위를 하는 것은 카드빚 때문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돼지 않아 그들을 범죄로 이끄는게 아니냐”고 토로하기도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특히 생계형 신용불량자들의 경우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돼 있다면 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신용불량자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설사 신용불량자가 됐다 하더라도 범죄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결국 카드빚으로 인한 범죄 및 자살은 사회안전망 부재로부터 발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책입안자 및 관계기관에서 좀더 신중하게 정책을 만들었다면,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돼있다면 카드빚으로 인한 범죄, 자살, 고객들의 모럴해저드도 없었을 것이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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