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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법원 파산부의 고뇌

배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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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10-08 23:03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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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합목적성보다는 합법성을 강조해야 할 것 같은 법원이 최근 한 정리기업의 매각을 놓고 고뇌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달 유레스 메리츠 컨소시엄이 운용하는 CR리츠에 매각되려다 좌절되고 다시 이랜드와 M&A협상을 진행중에 있는 뉴코아 관할 법원파산부에 관한 얘기다.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유레스 컨소시엄이 뉴코아와의 협상이 결렬됐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그 협상이 결렬되게 된 배경에 대해 법원파산부가 유레스라는 기업의 낮은 신용도를 우려, CR리츠에 차입금이 아닌 자기자본 1000억원을 투입해 신용보강해 줄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계약체결을 위한 우선협상기간 3개월 중 1개월을 앞두고 갑자기 법원이 일방적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한 것이다.

이러한 법원 파산부의 요구를 당시 전국을 벌집 쑤시듯 들썩이게 했던 굿모닝씨티 사건을 보면 그럴만도 하단 생각이 든다. 당시 법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식회사 한양을 굿모닝씨티에 넘기긴 했지만 굿모닝씨티의 사기로 비난과 의혹의 눈초리가 법원에게까지 돌아온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랄까? 법원은 이번 뉴코아 M&A건에 대해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법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자니 굿모닝씨티 사건의 재판(再版)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고, 조심스럽게 일이 진행되게 하자니 중도 계약변경 및 이로 인한 매각 지연 등 무리가 따르는 처분도 생기게 마련인 것이다.

재판부와는 달리 법원파산부의 결정은 정리기업에 대한 파산관재인 파견, 재산 처분 등에 대한 승인 등 사법행위라기 보다는 행정행위에 속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합법성 못지 않게 합목적성이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 되야 하는게 당연한 일이다.

항간에는 법원의 이러한 입장 선회가 뉴코아 매각을 더 어렵게 만든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부 타당한 지적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경제논리가 아니라 공익을 대변하고 무엇이 적법하고 정당한 것인지를 확인하고 선언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란 점을 감안할 때, 매각되는 기업의 종업원 고용 승계문제, 사안의 조속한 마무리를 통해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문제 등 일견 상충되는 여러 이해관계들을 균형감있게 조율해내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최근 이랜드와의 협상 추이 등 일련의 정황 등을 통해 유추해 볼 때 법원은 가능하면 일괄 매각쪽으로 결론을 내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랜드의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 협상도 쉽게 결론날 사안은 아닌 듯 싶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협상이 장기화될수록 뉴코아의 기업가치는 갈수록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복잡한 이해관계들을 조율해내면서도 적법하고 정당한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법원을 더 조급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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