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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과 예비군 훈련’

김정민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10-05 17:12

[기자수첩]

“의원들도 자신이 무슨 내용의 질문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더군요”

지난주 열린 금감원 국정감사장에 배석했던 한 은행 관계자는 일부 정무위 의원들의 내용없는 질문에 어이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몇분 의원들은 준비를 철저히 했구나, 공부를 많이 했구나 하는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질문지를 내려다보고 줄줄이 읽어나가는 의원들을 보고 있으면 이 바쁜 시기에 여기서 뭐하고 있는 짓인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며 “도대체 시중은행장들이 국감장에서 종일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지난주 4일간에 걸쳐 정무위의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위원회, 자산관리공사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또 오는 10일에는 또다시 금감원과 금감위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금감원은 정무위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에 대한 답변 자료로 전화번호부 두께의 책자 두 권을 배포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배포되는 자료로 금융권을 출입하는 기자라면 한번씩 뒤적여 보는 자료이기는 하지만 누구도 큰 기대를 가지지 않는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의 질문에 뻔한 답변이 오갈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 만만찮은 분량이기 때문에 국정감사 시즌이 도래하면 금감원은 준비작업에 업무마비상태가 된다.

지난 1일에는 검사총괄국 이종원 수석검사역이 국정감사 준비를 위한 연이은 철야근무를 이기지 못하고 ‘과로사’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몇일 전 7년차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훈련장에 삼삼오오 흩어진 예비군들은 한손에 핸드폰을 든 채 직장동료와 거래처와의 통화로 마냥 바빴고 훈련이 끝날 시간만을 초조히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훈련시간이 끝나자 얼마나 홀가분해 하는 표정들인지, 국감장에서 빠져나온 은행장들의 표정도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정감사가 가지는 순기능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바쁜 사람들을 위한 시간낭비’라는 면에서는 예비군 훈련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김정민 기자 jm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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