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아무리 충격적인 말이라도 자기 자신이 직접 당해 보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수 십년간 금융권에 종사하면서 경험하고 또 수집한 자료와 정보를 통해 내린 결론은, 앞으로 10년 안에 금융계(특히 은행)는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 틀림없어, 이에 대한 대응을 서둘러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전자화폐의 등장과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인터넷뱅킹이 실용화됨에 따라 은행은 ‘무점포’ ‘무대면’의 새로운 네트워크로 운영하게 될 것으로 보여 구태의연했던 기존의 질서는 물론 역할의 변화와 함께 현재 인원의 30%정도만이 필요하게 되고 나머지 70%는 새로운 직무를 찾아 현 직장을 떠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선진국에서는 ‘전자대공황’으로 불려지고 있다.
세계은행 부총재인 J.F.Rischard는 최근 집필한 ‘High Noon’이란 저서를 통해 앞으로 20년간‘기술혁신’과 ‘경제혁신’이란 2개의 엔진이 기존의 것은 모두 바꾸게 하는 ‘New World Economy’를 탄생시켜 전 인류에게 미증유의 변화를 체험하게 할 것이며 이는 또한 ‘좋은 것’과 ‘나쁜 것’의 2가지 기회를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가운데 특히 기술혁신은 전기통신기술과 정보기술(IT)을 핵으로 첨단소재와 나노 테크놀러지(Nano Technology), 인간 이상의 초 ‘Robot’, ‘Bio technology’ 등을 비롯해 메모리를 이용한 전자기술은 인간활동의 전분야를 커버하고 있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혁신에 의해 지식과 창조성이 자본과 노동, 원자재보다 훨씬 더 중요한 생산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기술혁신의 발전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컴퓨터 칩의 처리능력은 18개월마다 2배이상으로 급증하고 있고 또 2010년쯤에는 범용 컴퓨터의 성능이 1975년 당시 보다 놀랍게도 1천만배 이상의 파워를 갖게 될 것은 물론 가격도 더욱 내려갈 것이라고 한다.
특히 IT의 디지털화로 인해 여러개의 컴퓨터를 동시에 사용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그리드컴퓨팅(Grid Computing)이 보편화되면 인터넷의 수백만배의 처리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중앙집중식 일괄처리(Mainframe Processing)방식을 고집해온 IBM도 그리드 컴퓨팅 개발을 위해 거액의 자금을 쏟아넣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는 전자상거래는 수조달러의 시장으로 성장될 것이 틀림없으며 여기서도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곳은 역시 은행업계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때쯤이면 은행은 금융상품을 파생시키는 업무(투자은행)와 접객업무(기존의 상업은행), 여기에 백오피스 은영업무(은행과 고객이 세계 어느 곳이든지 직적거래) 등 3가지 형태로 분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안타깝게도 앞으로 전개될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단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고객은 전화(휴대폰)나 PC로 언제 어디서나 금융거래를 할 수 있어 은행 영업의 첨병이었던 지점은 판매채널로서의 역할을 끝내게 되고 기업간 거래도 전자화폐의 등장과 전자거래로 처리되기 때문에 은행이 독점하고 있던 결제기능까지 빼앗기게 되어 은행의 경쟁상대로서 통신업계의 강한 도전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은행, 증권사, 상호저축은행 등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방카슈랑스 시대가 열렸다. 또 국민은행도 앞으로 3년안에 무통장거래로 전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다른 은행들도 전자거래를 가속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급속한 변화를 위해서는 타컴퓨터와 호환성이 배제된 기존의 DB2시스템인 중앙집중식 일괄처리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하는 IT혁명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른바 전자대공황시대의 개막과 함께 반세기동안 난공불락이었던 중앙집중식 일괄처리(Mainframe Batch Proces sing)방식, 다시 말해서 Information Power가 중앙에 있는 주인(Host)컴퓨터로부터 나온다는 중앙집중식 컴퓨터를 신봉하는 고정관념은 사라지고 지금 정보시스템세계는 유닉스(Unix), 또는 리눅스(Linux)시스템인 최종사용자 중심화로 가는 다운사이징 정보시스템의 물결이 휘몰아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운사이징이란 정보시스템의 파워를 최종사용자에게 분배하고 실수요자로서는 까다롭고 귀찮은 장애복구, 유지보수, 안전 및 보안 등의 업무를 중앙집중적으로 처리하며, 최종사용자가 정보시스템의 주권을 갖는 정보시스템을 말한다.
중앙집중 방식은 예를 들어 바로 옆집에서 전달해야 하는 편지를 바로 전달하지 않고 먼거리에 있는 우체국까지 가서 우편을 보낸다. 다시 말해서 옆 사무실에 있는 터미널로 보내야 되는 정보를 중앙의 호스트컴퓨터로 보내고, 호스트컴퓨터는 이를 받아 다시 옆사무실로 보내주는 것이다.
그러나 다운사이징은 클라이언트와 서버들간에 정보와 업무를 교류함에 있어 근거리간 직접교류 원리를 채택, 국가간, 지역간, 기업간에 연결된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클라이언트와 서버들과도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에서 다운사이징 정보시스템을 채택할 경우를 상정해보자.
1개 점포의 업무량을 기본단위로 구획화해 이에 적합한 워크스테이션급의 서버와 개인용 컴퓨터급의 클라이언트로 하나의 시스템단위로 세트한다. 초기에는 2세트를 연결 설치하고 고객과 수요가 늘면 필요에 의해 추가하면 되는 것이다. 또 시설의 초기단위가 소형이기 때문에 값이 저렴할 뿐 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초기투자가 적게든다. 때문에 시설의 낭비가 발생하지 않고 시스템 교체비용이 불필요한 것이 장점이다.
은행의 정보화는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정보시스템 구축은 은행경영의 목표와 일치해야 된다.
특히 은행거래와 장부처리를 위한 전산시스템의 비용증가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은행의 생산성과 이익증가율을 훨씬 앞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의 계정처리시스템의 다운사이징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기득권자의 자기보호와 이기주의에 집착하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한 일부 중앙집중식 시스템 분야의 종사자들과 대형컴퓨터로 엄청난 폭리를 취해왔던 공급업체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인해 이젠 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중앙집중식 정보시스템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세기 넘게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엄청난 힘을 지닌 기득권자들도 결국 시대의 흐름에 순응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