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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 평가제도 ‘뜨거운 감자’

배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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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9-13 14:36

신용평가사 요구 수용…제도 완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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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권 “시장 신뢰회복위해 오히려 강화해야”



최근 투신권이 신용평가회사들의 요구를 수용, 신용평가회사 평가제도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관련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신용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제고하고자 했던 당초의 취지가 이해당사자인 신용평가회사들의 줄기찬 요구로 인해 무색해지는 게 아니냐 하는 것이다. 대우채 사태를 겪은지 불과 3년만에 벌어진 SK글로벌 분식회계, 카드채 파동 등 일련의 사태 등으로 회사채 신용평가업무의 신뢰성 제고 문제가 또다시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신용평가사 평가 제도 완화 논의는 업계에 적잖은 논란거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 왜 생겼나?

신용평가회사 평가제도는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평가업무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자료에 대한 사용자인 투신사들이 평가하는 제도로서, 대우채 사태 발생 직후인 지난 99년 말 재경부가 권고사항으로 제시한 것을 투신권이 받아들여 만들었다.

이 제도가 도입된 배경은 과거 IMF, 대우채 사태 등으로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의 회사채 평가가 수요자인 금융기관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현실과 무관치 않다. 99년 국내 금융시장을 일대 혼돈상태로 몰고 갔던 대우채 사태만 보더라도 사태 발생 직전 대우채의 신용등급은 투자적격등급이었으며, 그 이후 크고 작은 채권시장의 혼란 상황 발생시에도 문제되는 회사채의 신용등급은 어김없이 A등급 이상이었다.

상황이 이쯤되고 보니 투신사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불신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갔으며, 대투 등 일부 투신사는 신용평가회사들의 회사채 평가를 믿을 수가 없다며 자체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신용평가회사의 회사채 평가업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대우채 사태 직후인 2000년초 부실한 평가로 회사채의 부도율이 높은 신용평가회사에 대해 평가업무를 일정기간 정지시키도록 하고 복수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강도 높은 제도 개선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불과 3년이 지난 올해 초 신용평가사들로부터 투자적격등급을 부여받은 SK글로벌 회사채와 카드채가 또다시 자본시장을 일대 소용돌이로 내몰았다. 부도까지 가지 않더라도 부실하게 평가된 회사채는 언제든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카드채 사태 등을 통해 여실히 증명됐으며, 평가를 후하게 주는 회사에게 회사채 평가를 맡기는 이른바 ‘등급 쇼핑’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됐던 복수평가제는 업계의 암묵적 카르텔을 통해 신용평가시장만 키우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SK글로벌사태 등과 관련 지난달 말 금융당국은 또 어김없이 사후약방문과도 같은 개선 방안을 내놓은 바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갖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신용평가사 신뢰성 제고 문제는 당국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 개선이 요원하게 느껴질 만큼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평가제도는 회사채의 최대 수요자인 투신권이 직접 신용평가회사를 양적 질적으로 평가하도록 함으로써 채권 발행회사와 신용평가회사 양자에 대해 실질적인 부담을 느끼도록 작용하는 등 신용평가업무 신뢰성 제고에 적잖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어떻게 평가되나?

2000년부터 본격 시행된 이 제도는 지금까지 총 4회 실시됐는데 시행 초에는 연 1회 실시됐다가 지난해부터 년 2회로 바뀐 바 있다.

이 평가제도의 운영을 위해 투신협회내에 각 투신사 채권운용담당임원으로 구성된 신용평가기관평가위원회가 설치돼 있으며 현재 현투운용의 성금성(成金晟) 상무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평가방법은 크게 신용등급평가와 이용자평가로 나뉜다. 신용등급평가는 무디스와 S&P의 부도율 통계를 근거로 산출한 신용등급별 기준부도율보다 높은 부도율을 나타내거나 부도율 역전현상을 보이는 신용평가기관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는 양적 평가방법이고, 이용자 평가는 등급평가의 일관성, 등급변동요인 발생시 등급 반영의 적시성 여부, 채권매매시 등급활용도 등을 자료의 이용자 입장에서 평가하는 질적 방법이다.

이번에 변경될 가능성이 큰 것은 평가주기와 평가방법에 관한 부분이다.



■ 왜 뭘 바꾸자는 건가?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신용평가기관들이 이 평가제도가 연 2회로 늘어난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양적 평가 비중이 90%로서 부도율 기준에 따라 사실상 서열이 매겨지는 것에 대해서도 신용평가기관들로서는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각 신용평가기관들은 평가 주기를 연 1회로 줄여 줄 것과 질적 평가 비중을 늘림으로써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다각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었다.

이러한 신용평가업계의 주장은 이미 지난해 말 평가위원회에 의해 받아들여져 투신협회 신용평가기관평가규정 개정작업이 올 2월 마무리 단계까지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이 평가제도와 관련해 지난해 투신권과 합의한 사항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이번 개선작업에 신용평가업계의 요구가 수용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도 개선안이 그대로 관철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SK글로벌 분식회계, 카드채 파동 등 일련의 사태 발발로 답보를 거듭했고, 투신권 일각에서는 위 사태들에 대해 신용평가기관들의 책임이 무관치 않다며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평가를 기존보다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 바람직한 개선인가?

투신업계 관계자는 “연례 행사처럼 주기적으로 국내 채권시장을 혼란상태로 몰고 갔던 그간의 회사채 파동은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제도와 함께 회사채에 대한 부실한 평가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며 “신뢰성 회복을 통해 회사채 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자료를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회사채 평가의 적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일련의 제도들이 절대 후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3대 신용평가사라 불리며 가장 큰 신뢰를 받고 있는 무디스, S&P, 피치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조차도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및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에 의해평가자료의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들 신용평가회사들은 2년전 엔론사태에 이어 월드컴사태 때도 파산 직전에 가서야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등 늑장 대응으로 투자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으며, 올해 초에는 이들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신용평가회사 평가제도 개선 문제와 관련해 투신업계 한 관계자도 “현재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으며, 조만간 새롭게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올 2월 제도개선안의 백지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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