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이번에 국민은행에 분명한 경고를 주고, 경영정상화계획서를 징구받아 이행여부를 점검할 계획이었으나, 자체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좀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는 대신, 은행의 가계여신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은 8일 오후 국민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데 따른 원인과 향후 감축계획에 대해 설명토록 하고, 구체적인 대책마련을 지시했다고 9일 밝혔다.
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올해 상반기 4.4%를 기록, 작년말 2.9%에 비해 1.5%p 급상승했다. 시중·지방은행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이들 은행의 평균보다 1.2%나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크게 악화되자 건전성 감독을 책임진 금감원이 직접 나서, 분명한 시그널을 주고 대책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경기에 민감한 가계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아 부실채권비율이 높은 상황이라고 해명하고, 연내에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을 3%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민은행은 특히 합병이후 적극적으로 추진한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이 상당부분 부실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은행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이번 기회에 부실채권 감축에 대한 경영계획서를 징구받아 주기적으로 이행여부를 점검할 계획이었으나, 은행 자체의 계획이 진행되는 만큼 좀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을 잡는 것은 현재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ABS 발행과 일부 상각을 통해 털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감독원으로서는 가능한 자영업자를 비롯한 가계여신 전반의 포토폴리오 재구성을 주문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은행의 가계부실이 경기악화 장기화로 인해 이미 일시적인 수준을 넘어 자영업자 등 여타 주변 여신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향후 국민은행의 대출전략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한편 이날 국민은행은 ▲가계부실여신 7000억∼8000억원을 기초자산으로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신용카드 부실자산 1조∼1조5000억원에 대해 ABS 발행 및 일부 상각 ▲LG증권과 산업은행이 공동 추진중인 부실채권정리회사(SPC)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에 참여해 1조∼1조5000억원(채무자 30만∼40만명)의 다중채무 일괄 정리 등의 부실채권 감축계획을 설명했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