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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어선 관료주의 행태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09-03 21:22

[기자수첩]

거시경제정책에 관한 오랜 논쟁 중에 ‘준칙’ 對 ‘재량’에 관한 논쟁이 있다. 이는 정부가 정책을 정해진 준칙에 입각해서 수행해야 하는지, 아니면 재량에 의해 수행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준칙주의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반대하는 통화론자나 신고전거시경제학의 세계관에 따른 것이고, 재량주의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찬성하는 케인지안의 사고에 바탕한 것이다. 이 중 어떤 것이 옳은 것이냐에 대한 결론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준칙주의와 재량주의가 각각 시장에 대한 장기적 시각과 단기적 시각에 타당하다는 데는 대부분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논쟁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옳은 명제 중의 하나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반드시 그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기적 시각에서 볼 때 시장은 아담스미스가 꿈꾸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늘 균형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호의적으로 용인한다 하더라도 그 한계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선 지나친 개입을 우리는 ‘재량 일탈’이라고 칭하며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최근 증권가에도 정부 당국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업계로부터 빈축을 산 일이 있었다. 모 투신운용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출시에 들어가려고 하는 상품에 대해 재경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상품 출시를 만류한 이유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하반기 증시 자금 유입 정책이 이 상품 때문에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지난 6월 재경부장관은 하반기 증시 자금 유입을 위한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었으며, 이를 위해 재경부는 이미 5월부터 골드만삭스가 운용할 주식형 상품 ‘뉴켈스’를 준비 중에 있었다.

이 와중에 모 투신사가 뉴켈스와 거의 흡사한 주식형 ELS상품을 6월부터 개발해 뉴켈스보다 먼저 시중에 내놓게 된 것.

뉴켈스의 바람몰이를 내심 기대하던 재경부 입장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하반기 증시 부양을 위해 정부가 추진한 상품이 이 회사의 상품이 구조면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이 운용사의 상품이 먼저 출시되면 한마디로 김이 빠지게 생긴 것이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재경부는 해당 투신사에 대해 뉴켈스가 출시되기 전 까지 판매를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이 투신사는 판매사와의 계약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가 적잖은 곤혹을 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이 투신사가 예정대로 출시할 수 있도록 문제가 잘 해결되긴 했지만, 왠지 씁쓸한 감은 지울 수가 없다. 장관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일개 회사가 알아서 해야 할 상품 출시 문제에 간섭을 하다니... 이것이 21세기 한국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라 믿어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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