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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은행 싹이 마르는 그날까지

박준식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08-27 22:17

[기자수첩]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 일본계 은행인 신세이 은행의 하나은행 자사주매입 움직임, 그리고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한미은행 지분 인수 등 외국 자본의 국내 은행의 지분 매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혹자는 “자본에는 국적이 없고 누가 은행의 대주주가 되던지 국내 금융시장과 해당 금융기관이 최대의 이익을 올릴 수 있다면야 무슨 문제가 있냐”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사실 그동안 토종은행이니 국내 자본의 은행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은행들이 결과적으로 모두 부실은행으로 전락해 버린 상황에서 순수 국내은행의 혈통이라는 것이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는 10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조흥은행이 20여년의 짧은 연륜을 가진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차라리 외국 대주주에 넘어가는 것이 자존심이 덜 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 어린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를 접더라도 국내의 은행들이 외국 자본에 예속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단순한 국수주의적 발상이나 감상적인 의견이 아닌 IMF 이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얻게 된 ‘경험’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나마 국내 은행끼리 합병을 하거나 M&A를 거친 은행들이야 내부진통을 거치면서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지만 외국계 자본이 지분을 인수한 은행의 경우에는 별반 곡소리도 내보지 못한 경우를 흔히 접할 수 있었다.

한미은행의 경우 칼라일 펀드가 들어오면서 ‘씨티은행 출신이 아니면 중책을 얻기 힘든’ 상황에 처했고 제일은행의 경우 어지간한 국내 언론과는 등을 돌린 채 영업을 하는 기현상을 빚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은행권에서는 때아닌 임원급의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된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 들어 실체를 드러내는 외국 대주주는 국내 은행의 경영권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 실제 지분을 인수한 다음에는 임원진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또 다시 외국계 금융기관 내지 관련 기업의 인사들이 선진 금융시스템을 체득한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는 명목으로 국내 은행의 주요 포스트를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토종은행을 운운하는 것이 시대에 뒤쳐진 것으로 들리는 지금이지만 자본에 국적은 없다고 운운하는 선각자들의 주장은 왠지 거슬리기만 하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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