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정 회장 사후 외국인 매수세가 급증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자기주식 50만주 가운데 43만주를 13일 종가인 주당 2만5천원씩, 총 107억5천만원에 장외거래를 통해 우호주주에 처분했다고 이날 밝혔다.
주식을 사들인 곳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정순영 성우그룹 회장 계열인 현대시멘트, 정몽헌 회장의 형 정몽근씨가 회장으로 있는 현대백화점, 정 명예회장의 매제인 김영주 명예회장의 한국프렌지를 포함, `범현대가` 계열사 5∼6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계열사는 자사주 외에도 일부 시장에서 추가 매입, 전체 인수지분은 자사주 거래물량 보다 다소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번에 처분한 주식은 전체 주식 561만1천여주의 7.66%로 이번 자기주식 처분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우호지분은 28.0%에서 35.6%로 늘어났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정몽헌 회장의 장모인 김문희씨가 대주주로 지분의 18.6%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 현대종합상사 2.4%, 현대증권 4.9%, 현대중공업 2.1%, 우리사주 9.4%(자기주식 50만주, 자사주펀드 2만8천262주) 등 우호지분이 37.4% 수준이었으나 자기주식의 경우 의결권이 없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우호지분은 28.0%에 불과했다.
`범현대가`의 이번 주식인수로 회사로서는 31억여원(취득가액 76억2천992만원)의 차익을 얻게 됐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 7일까지만 해도 전혀 없었으나 정 회장의 사후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13일 오후 현재 64만4천58주로 전체의 11.48%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증권가를 중심으로 대주주인 김문희 여사의 장외매도설, 외국인의 적대적 M&A설 등이 끊이지 않자 회사측은 서둘러 이날 이사회를 열고 자기주식 처분을 결의한 것이다.
외국인 매수가 계속될 경우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데다 주가가 계속 상한가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처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범현대가`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방어에 지원사격을 나섬에 따라 향후 현대엘리베이터가 김문희 여사의 지분을 통해 현대그룹을 계속 위탁경영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현대그룹`의 지배구조 및 경영권 변동에도 이들 `현대가` 그룹이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게 되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김문희 여사 지분은 시장에 내다팔지 않는 것을 비롯, 향후 지속적으로 경영권 방어 전략을 구사해 나갈 것"이라며 "현대상선 지분(15.16%)도 팔 계획이 없으며 외국인들의 움직임과 주가 추이를 보며 추가 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