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외화 자금이 넘치면서 은행들의 외화 차입은 지난달 이후 급감했고 이에따라 차입 여건도 단기 차입을 중심으로 크게 개선되고 있다.
14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북핵 사태와 SK글로벌 문제 발생 이후 외화 자금난에 빠졌던 은행권이 지난 5월 이후 앞다퉈 해외 차입에 나서면서 현재 약 40억달러의 장단기 자금을 쌓아 두고 콜(은행간 초단기 외화 거래)로 운용하고 있다.
이는 3월 이전의 10억달러 안팎에 비해 은행권의 외화 자금 여유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제기되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등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은 북핵 문제로 갑자기 장기 외화 차입이 어려워지자 지난 3월과 4월에는 단기 차입(만기 1년 미만)을 크게 늘렸고 북핵 문제가 수그러들면서 차입 여건이 호전되자 6월에는 장기 차입에 주력했다.
3월과 4월의 단기 차입 규모는 각각 43억달러였고 6월의 장기 차입 규모는 2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외화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던 때의 월 평균 수준(단기 20-30억달러, 장기 10억달러 미만)에 비하면 장단기 모두 크게 늘어난 규모다.
이처럼 은행권이 경쟁적인 장단기 차입을 통해 여유 `달러`를 쌓아 두는 바람에 7월에는 외화 차입이 장기는 1억5천만달러로 급감했고 단기도 22억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차입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단기 차입 가산금리(리보 기준)는 지난 3월의 0.26% 포인트에서 4월 0.32% 포인트, 5월 0.33% 포인트 등으로 상승했으나 6월에는 0.23% 포인트로 급락했고 7월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장기 차입(은행단 차관 형태 기준)의 경우 만기 1년짜리 가산금리(리보 기준)는 최근 장기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0.3% 포인트로 연초의 0.15%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조건이 나빴던 지난 3-4월의 1% 포인트에 비해서는 크게 나아졌다.
산업은행 김왕경 이사는 "북핵 사태가 터졌던 3월에 비해서는 차입 여건이 개선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연초에 비해서는 차입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최근에는 미국의 장기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장기 차입 여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