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하반기 경기회복 전망을 감안, 8월 콜금리 목표를 종전과 같은 3.75%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현재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나 수출이 견실한 신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산업생산이 증가하는 등 경기가 부분적으로 개선되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7월중 소비자 물가가 특소세 인하에 따른 공업제품가격 하락으로 4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주택매매가격의 오름세도 낮아지는 등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의 흑자 축소로 대체로 균형을 이룬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시장은 장기금리가 상승, 장단기 금리구조가 정상화되고 유동성 사정도 대체로 원활해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한은 박승 총재는 "최근의 경기 개선조짐이 본격적인 회복인지 아니면 일시적인지 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그러나 2.4분기 바닥이고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기존 판단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또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은 대단히 고무적이면서도 조심해야할 시기"라며 "경기회복 기대감이 있지만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노사문제 및 정부정책 금융리시크 등을 감안해 금통위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은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2분기 바닥 후 하반기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조는 계속 유효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총재와의 일문일답.
-콜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해 달라.
▲우리경제는 지금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경기동향지수도 계속 나빠지고 있어 국민들이 경기침체에 대한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이 계속 호조를 나타내고 있고 그 동안 내리막길에 있었던 생산·건설이 상향세로 돌아선 가운데 물가안정이 유지되고 있고 경상수지도 흑자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대외 경제면에서 미국·유럽·일본 등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 세계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 세계적으로 장기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등을 감안할 때 현재 우리나라에 엇갈리고 있는 경제지표는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본격적인 회복의 시작이냐의 문제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한은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경기판단, 즉 2분기가 바닥이고 하반기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그 동안의 경기판단 기조는 계속 유효하다.
이런 것을 종합해 이번 달 콜금리를 현상황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경제 언제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보는가?
▲이 달인지, 다음 달인지, 4분기에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디플레 우려에 대한 생각은?
▲한은은 우리나라에 디플레이션 위험은 없다고 말해왔고 그러한 입장에 변함 없다.
-지난 번 박 총재발언에 대한 노조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난 번 기자회견에서 노조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조측의 불만은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재임 중 한은법 개정 안 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한은 독립 의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은 역사상 지금이 한은 독립의지가 가장 강하다. 몸소 실천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은법 개정 7차례 있었다. 6번까지의 한은법 개정은 후퇴나 퇴보였다. 이번 개정안은 한은 독립과 위상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또 아직 법안이 법사위도 통과 안됐는데 다시 개정하겠다면 웃음거리 아닌가.
또 하나 노조의 불만은 ‘우리 직원들은 정부에 대해 피해의식을 갖고있다. 자신감있고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문화로 바꾸도록 노력하겠다’는 지난 번 발언과 관련있다. 이것이 혹시 직원에 대한 불신을 나타낸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점이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어떤 가장이든 가장은 가정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밖에 나가선 자숙하고 겸손해야 그 집안이 잘 되는 집안이다. (한은법 개정이라는) 선물을 받은 입장에서 자숙하는 모습, 겸손한 모습, 분발하는 모습을 국민들게 전해야 한다. 그 뜻으로 한 말이었다.
-조직개편이나 인사개편 계획은?
▲조직개편은 당연히 따른다. 조직의 슬림화, 중복제거 등을 통해 소위 ‘상당한 폭’으로 개편하게 된다. 조직 개편하게 되면 인사가 뒤따를 것이다. 인사는 능력과 경륜을 함께 고려, ‘중용’을 찾는 인사가 될 것이다. 지역이나 학벌 혈연 등은 철저히 배제될 것이다.
-최근 채권시장의 장기금리 상승에 대한 생각?
▲지난 번에 장단기 금리역전에 대해 한은이 경고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은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은 손해를 봤을 것이다.
장기금리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다음으로 장기채 공급물량이 다소 증가할 예정에 있고, 한은이 더 이상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에서 보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경기회복 주식시장 회복이 가장 큰 이유로 생각한다.
-현재 한국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나?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은 대단히 고무적이면서도 조심해야하는 시기라고 본다. 지금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데서 비롯한 기대감이 있지만 노사 문제라든가 정부정책, 기업 경영, 금융리스크 문제를 잘못하면 경기회복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매우 고무적이면서도 기대할만하면서도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이런 모든 상황을 잘 살펴보고 거기에 맞게 금통위가 결정하도록 해나갈 것이다.
-언제부터 경기회복될 것으로 보나?
▲콜금리 동결의미는 ‘조금 더 관망해봐야 겠다’는 의미다. 확장적이냐 수축적이냐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 회복에서 힘이 어디로 실리느냐 여부는 결국 경쟁력에 달려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얼마만큼 강한가에 따라 경기회복도 결정될 것이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