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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 금감원에 힘겨루기 한판승

배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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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7-26 18:54

자산운용업법 국회재경위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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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하 자산운용업법)이 국회 재경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는 재경부와 금감원간의 힘겨루기에서 재경부가 승리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간 이 법의 제정과정에서 양 금융당국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통과된 제정안은 지난 2월 국회에 상정될 당시의 재경부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재경부가 정책사항으로 판단한 것들이 모두 입법으로 관철된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측은 상당히 불쾌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자산운용산업 감독정책과 관련해 금감원이 제안하고 주장했던 내용들이 전혀 입법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는 몇 달째 공전을 계속하던 이 입법이 마침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향후 발생할 지도 모를 정책과 감독의 혼선 때문에 혼란을 겪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위임입법의 한계가 도대체 어디까지냐

이번 자산운용업법 제정안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세부적인 사항까지 규정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시행령이나 감독규정으로 들어가야 할 내용까지 법률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법 조문이 180개나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일각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법률주의’라는 헌법 원리상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 관련되는 사항이라면 당연히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또 법의 집행과 관련해 향후 광범한 해석이 필요하고 분쟁 소지가 있는 부분이라면 그 근거를 법률로 규정함으로써, 당국의 자의적 법 집행을 막아야 한다.

이러한 법률사항을 포함해 일반적으로 법률에는 입법의 목적, 관련 당사자간의 법률관계 등 기본적인 사항들이 들어가고 나머지 사항은 시행령, 감독규정 등 하위법령으로 위임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자산운용업법은 법률로 규정하지 않아도 될 세부 법 집행사항들을 시시콜콜 적시했다는 평이 많다. 형사관련법규와는 달리 자산운용업법과 같은 경제관련법규는 시시각각 돌변하는 경제현실을 감안해 최대한의 융통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법률을 개정하려면 국회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따라서 필요 이상으로 세부적인 내용들을 법률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려운 경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칫 정책부재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이번 자산운용업법이 영국의 금융통합법인 FSMA(Financial Services and Market Act 2000)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업법이 FSMA와는 그 규정 형식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FSMA는 자산운용업법과는 달리 금융업 인가의 요건, 신청인의 적격성 등 입법의 원칙적 사항들만을 규정하고 세부적인 부분은 FSA rule에 위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FSA rule은 FSMA를 집행하기 위한 영국 금융감독청(FSA : Financial Services Authority)의 감독규정이다.



■ “있어야 할 건 다 있지만...”

이번 자산운용업법 제정에 있어 가장 큰 개가는 모호하게 돼 있던 자산운용업 주체들간의 관계가 상당부분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당사자들간의 모호한 법률관계로 인해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간략하고 모호했던 법률의 규정형식 때문에 감독당국의 자의적 법집행이 우려됐고, 이러한 입법의 미비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던 현행 감독규정과 표준신탁약관도 그 근거를 가지게 됨으로써 한층 강력한 감독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특히 수익증권 환매와 관련해 환매의 수준과 환매 연기의 근거 등이 기존 법률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번 자산운용업법에는 불완전하나마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환매사태로 인한 분쟁의 소지도 상당부분 줄어들게 됐다.

다소 아쉬운 것은 자산운용업의 당사자들간의 법률관계의 명확화가 아직까지 완전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과 자산운용업을 아우르는 총칙적 원리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과거 대우채 환매유예조치로 인한 무더기 소송은 지금도 여전히 하급심에 계류된 상태로 있어 증권회사들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이러한 소송들을 조속히 해결하고 향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조속한 해결을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자산운용업의 총칙적 원리, 자산운용업 주체들간의 법률관계가 좀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입법의 미비는 법원의 해석에 맡기면 된다는 주장도 있긴 하지만, 사실 이러한 문제를 판례에 온전히 맡길만한 상황도 아니다. 현재 증권투자신탁과 관련된 대법원판례는 투신사나 판매회사가 수익자에 대해 원본보장약정을 한 경우 이 약정은 실적배당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무효라는 내용의 몇가지가 전부다. 정작 관련 법규의 본격적 적용, 해석의 결과라고 할만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찾을 수 조차 없다.



■ 로비로 얼룩진 입법과정

자산운용업법의 제정의 가장 큰 의의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업종간의 형평성이다.

은행, 증권, 투신, 보험 등 여러 부문에 존재하는 유사한 간접투자상품들을 기능적으로 묶어서 규제 감독함으로써 각 부문간의 형평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산업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겸업화가 가속화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통합법의 제정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이번 자산운용업법의 제정 과정은 입법의 취지를 무색케 할 만큼 이해집단의 로비로 왜곡됐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은행신탁 겸업의 허용부분이다. 입법과정에서 은행권이 주장했던 겸업화 논리는 결국 은행만의 겸업화에 불과하게 됐다. 증권, 투신 등 타 금융권의 규제는 그대로인 채 은행, 보험의 영업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투신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 보험과 증권, 투신의 로비력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실례”라며 “정부가 늘상 강조하는 자본시장 육성은 그저 구호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일반사무수탁과 준법감시업무의 의무 외부 위탁 문제도 특정 업체의 로비로 인해 입법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선을 초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주의 입법의 원리상 로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이를 무조건 죄악으로 보는 것은 협소한 생각이다. 다만 이러한 로비들이 떳떳하게 공론의 장으로 나와서 여론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밀실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정보가 차단되는 로비는 입법과정의 의혹만을 증폭시킬 뿐이다.



■ 당국간 힘겨루기에 업계만 혼란

자산운용업법 제정 과정에서 불거진 재경부와 금감원 간의 대결양상은 결국 입법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견해 차이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이번 자산운용업법이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법률로 규정함으로써 금감원 감독업무의 발목을 잡은 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그간 법률상의 명확한 근거도 없이 표준신탁약관이나 자산운용감독규정을 통해 이루어지던 자산운용 관련업무들에 대한 근거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견해 차이의 본질은 결국 정책수립과 감독업무이행간의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것에 있다. 재경부는 상당히 광범한 부분을 정책의 영역이라고 해석하는 것이고, 금감원은 반대로 감독의 영역에 속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 당국간의 이러한 대결양상이 향후 정책 혼선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재경부의 입김이 한층 세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금감위(원)의 눈치를 안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양 당국의 정책수립, 집행관계가 원만히 이루어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산운용업법의 법규화 작업은 이미 지난 24일 마무리됐으며, 향후 일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의 통과가 남아있는 상태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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