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기간동안 조흥은행 노조 게시판에는 조흥은행 직원들은 독자생존을 목표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경주해 왔다며 정부는 조흥매각에 대해 단계적 민영화 약속을 위반했다는 비난글이 폭주했었다.
그러나 과연 조흥은행이 ‘뼈를 깍는 자구노력’을 통해 독자생존의 기틀을 마련해 왔는지 한번 뒤 돌아볼 일이다.
2001년 조흥은행은 신용카드에서 발생한 수익이 전체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면서 신용카드 분사를 통한 지주사 설립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했었다.
과연 현실성 있는 목표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는 시장에 ‘카드사 분사후 지분매각을 통한 해외자금 유치’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보이며 모집인 조직까지 동원한 무차별 카드모집을 통해 시중은행중 가장 많은 카드고객을 확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해 땅 짚고 헤엄치기 같았던 카드시장이 무너지자 카드부실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카드분사, 지주사 설립이라는 꿈은 사라지고 1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주가는 바닥에서 허덕이고 있다.
직원들이야 경영진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뒤 안 가리고 열심히 뛰었겠지만 잘못된 길을 멀리도 뛰어간 만큼 되돌아오는 시간 역시 길어질 수 밖에 없다.
2000년 위성복 당시 조흥은행장은 임원들에게 가입해 주던 배상보험까지 해지해가며 임원들의 책임경영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일괄매각을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덧붙여야만 공적자금을 정상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논리로 무장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매각으로 106년 동안 꿋꿋이 버텨온 조흥간판을 내릴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지만 ‘책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파업기간동안 노조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중 지금 상황을 초래한 경영진은 물론 경영감시에 소홀했던 노조와 이들을 뽑아준 직원들 역시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 할 것이라는 따가운 질책의 말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김정민 기자 jm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