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경기 침체속에서 계속된 ‘금리인하론’에 귀를 막은 채 지내오다 금리인하에 무게를 둔 계기는 우리경제가 심각한 경제침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0일, 경제에 미치는 사스(SARS)와 북핵문제의 영향을 분석한뒤 통화정책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금리인하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박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생산·소비·투자가 극도로 위축되고 경상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물경기 전반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을 한은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정부와 연례협의를 위해 방한한 국제통화기금(IMF) 대표단은 이날 “한국은 경기하향에 대비해 재정적자와 금리인하 등 팽창적 거시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코 대표단장은 이날 과천 정부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한국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대외불균형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이미 취한 재정조기집행외에 ‘추가적 자극책’으로 보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같은 정책이 소폭의 재정적자를 가져올 수 있지만 경기사이클내에서 재정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히고 통화정책 역시 근원인플레이션율이 한국은행의 목표범위에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를 위한 여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콜금리가 4.25%수준이라 통화정책의 여지가 많지는 않다”며 “재정정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사스와 북핵문제가 해소돼도 올 해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해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대증권도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반면 4월중 소비자 물가는 안정세를 찾음에 따라 콜금리 인하시기가 임박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5월 통화정책에서 콜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며 향후 1∼2개월 내에 콜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의견이 대두되면서 정부는 추경편성을 통한 재정확대, 한은은 금리인하를 통한 소비·투자의욕 제고로 경기부양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진표 부총리는 이날 힐튼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포럼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3%대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비해 현재 콜금리는 4.25%로 상대적으로 높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밝혀 금리인하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피력했다.
김영수 기자 ky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