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방카슈랑스 시스템, “알면서도 중복 투자”

김미선

webmaster@

기사입력 : 2003-04-06 12:27

정부에서 세부 지침 내놓기 전까지 대책 없어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은행별 특화 전략 펼칠 기회 없애



약 4년전부터 방카슈랑스 사업을 준비해 온 하나은행은 독일의 알리안츠社가 지분을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등 5개 아시아 국가의 금융기관들과 알리안츠의 전산시스템을 공동으로 커스터마이징해 사용하기로 했었다. 논의끝에 최종 개발국가가 한국으로 정해짐에 따라 하나은행은 알리안츠생명의 기간계 시스템을 아시아적 환경에 맞게 개발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올해 초, 은행은 자체적으로 보험상품을 설계, 판매할 수 없고 3개 이상의 보험사와 제휴해야 한다는 정부의 지침이 나옴에 따라 이 프로젝트는 보류할 수 밖에 없었다.

하나은행은 4년 이상 연구해 온 방카슈랑스 사업 방안을 젖혀둔 채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보험상품 판매 중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20억원 미만의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지만 정부가 은행과 보험사와의 업무 분장, 자금정산 방안 등을 정해주지 않아 8월 이후에는 업그레이드 작업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회사는 프랑스 카디프생명의 방카슈랑스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는다는 전략에 따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전산시스템도 그대로 옮겨왔다. 방카슈랑스 사업을 위한 별도의 전산 투자는 계획에 없었다. 정부의 방카슈랑스 지침이 발표된 이후 이 계획은 변경됐다. 신한은행은 카디프생명에서 들여온 조인트벤처의 시스템을 놔둔채 추가로 제휴한 보험사들과의 중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어떻게 하면 실명제를 위반하지 않고 제휴 보험사들과 보험 계약에 관한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카디프생명과 설립한 조인트벤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할 때는 생각하지 않아도 됐던 부분이다.

두 은행의 사례는 현재 국내 은행권의 방카슈랑스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간의 모호한 업무 분장과 전산 환경 차이, 금융기관별 특화전략을 살리지 못하는 시스템, 표준화되지 않은 인터페이스와 프로토콜 등으로 인해 발생할 중복 투자와 재구축 가능성 등의 문제가 여실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오는 8월 방카슈랑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전산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은행들이 가까운 시일내에 반드시 재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과 보험사간 업무를 정확하게 규정해 주지 않아 은행들이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도 개발 도중 연기하거나 재개발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정부가 보험업계의 시장 질서를 고려해 은행이 3개 이상의 보험사와 제휴하도록 했지만 오히려 삼성, 교보 등 메이저 생보사들의 과점체제를 심화시키고 은행별로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기회는 없애버렸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제대로 된 세부 지침을 내놓지 못하면 은행들 임의로 특화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며 “1년이내에 재구축할 것이 뻔하므로 이미 은행별로 20~30억원씩의 시스템 구축 비용을 날리고 있는 셈이지만 은행도 보험사도 정부도 IT업체도 한국에서의 바람직한 방카슈랑스 사업 방향을 모르고 있어 이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