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후 복구 참여대책 마련 시급
<강종철 논설위원>
어느날 갑자기 국내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소리가 신문 경제 섹션의 한귀퉁이에 나오고 다음날에는 ‘경제가 어렵다’는 기사가 경제면 톱으로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에는 ‘경제, 외환 위기’라는 제목이 일면 톱으로 등장하더니 급기야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는 자학적인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 불과 일주일 안팎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 경제가 아무리 냄비 경제라고 해도 이건 무언가 조금 이상하다.
경제라는 것은 상당 기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성장과 하강의 순환과 연속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인데 불과 일주일만에 어느 고을 수령 방백이 가렴주구와 토색질을 일 삼았길래 21세기 대한민국의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민생 도탄론자들의 논리를 들여다보면 몇 개의 경제지표를 경제 위기의 근거로 들이 대고 있다. 우선 예상 경제 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 전망, SK로 인한 신인도 저하, 유가 상승으로 인한 교역 조건 악화, 경상수지 적자 추세 지속, 바닥을 헤매는 종합주가 지수, 소비자 물가, 널뛰는 환율, 반도체 가격의 하락, 북핵 위협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97년 외환위기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그래서 경제위기라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거시경제 지표가 크게 나쁘지 않은 것도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하다고 그래서 더욱 위기라고 까지 한다.
97년 외환위기가 무엇인가. 외국자본이 우리 기업과 금융의 투명성을 못 믿어서 꿔준 돈 앞당겨 일시에 달라고 했으나 갖고 있던 돈이 없어 임시변통으로 꾸어서 갚으려 했으나 아무도 빌려주는 사람이 없어 결국 경제 주권을 내주고 IMF로부터 빌어 와 갚아줄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라고 결론 내려져 있다.
여기서 가장 핵심 포인트는 국제 사회로부터의 신뢰도 상실이라는 것이다. 왜 신뢰도를 상실했는가. 기업과 금융 시스템의 운용이 ‘투명하지’ 않아서 이다. 그들 말로는 ‘클리어’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클리어’하게하면 외환위기 일어나지 않을 것 아닌가. 다시 그러면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분식회계하는 것을 덮어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솔직히 고백하고 일단 벌점 먹고 반성하고 앞으로는 분식회계 안하고 투명하게 하는 것인가.
당신 같으면 심판이 반칙하는 선수들 적발해서 벌점주고, 주의 주지 않고 도리어 관중들이 못보게 감추는 축구경기 돈 내고 보러갈 것인가. 그런 구단에 투자할 것인가. 옆에 초등학생이라도 있으면 물어보라.
경제개혁 중단하면 영원히 신용 추락, 국제사회 ‘왕따’
집단이익 앞세워 ‘개혁본질 왜곡말아야’
시장질서가 개별 기업보다 우위에 서야 글로벌 스탠다드
IMF 충고 “위기 재발 가능성 낮아, 지속적 재벌 개혁 안하면 저성장”
많은 언론이 경제 위기 조짐의 가장 큰 요인으로 주장하는 경상수지 적자 반전도 본질은 수출이 부진해서가 아니라 여행수지 적자폭이 급증한데 있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은 26%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는데 경상수지가 연이어 적자로 나타난 것은 그 넓은 인천 공항이 메어지도록 놀러 나가는 위인들의 씀씀이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어떤 매체에서 경제 위기의 실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경제 지표 분석도 모자라 요즘은 부자들도 돈을 안쓴다고 청담동 명품상가의 르포기사를 게재했는데 이 상가가 망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소위 명품을 살만한 사람들은 요즘은 국내에서 구입하지 않는다. 명품 필요하면 골프채 들고 수영복 챙겨 입고 동남아로 나가 한바탕 놀다가 싱가포르나 홍콩의 세일 상가에서 싹쓰리해 온다. 촌것들이나 아직도 청담동을 기웃거린다. 대학생들도 방학 동안 배낭여행이다 뭐다 해서 해외에 나가 명품 핸드백, 구두 등 한 배낭씩 짊어지고 와서 뿌린다. 이런 세상이니 청담동 명품 상가가 망할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
▣ 경상적자 여행적자확대 원인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알량한 경제 지표를 벗어나 실물 생활 경제로 현 상황을 들여다 보자. 역시 청담동부터 가보자. 10분동안 길거리에 서있으니 유럽에서 보던 것보다 더 자주 BMW와 벤츠가 지나간다. 그것도 번쩍번쩍한 신형으로. BMW가 세계에서 제일 비싼 차를 만들어 (아마 우리 돈으로 한대에 1억5천만원이 넘는다지)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제일 많이 팔았다는 것은 해외 토픽에도 나왔다. 또 웬 큰 차는 그리도 많은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기왕에 강남까지 갔으니 친구에게 술이라도 한잔 얻어먹을 요량으로 네온사인도 근사한 술집에 가니 기본이 발렌타인 17년산으로 한병에 30만원인데 지금 방이 모자라 대기실에서 기다리라는 마담의 엄명이다. 이 새끼마담 연봉이 1억원인가 한다지 아마 발길을 돌려 도곡동인가 하는 데를 가보니 초고층 호화 아파트가 대한민국 내에서 또 다른 별세계를 이루고 있고 근처의 금융기관 PB센타는 으리번쩍 한 것이 궁궐도 부럽지 않게 꾸며 놨다. 분수를 알아야지 하고 찾아간 포장마차도 발 디딜 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포장마차 손님들도 대화 주제는 동남아 골프 코스가 어디가 좋으니 나쁘니하는 소리뿐이다.
청담동 명품상가가 파리 날린다고 걱정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적이 안도하고 내가 사는 강북으로 가니 여기도 번화가에 네온사인이 휘황하기는 마찬 가지다. 원 세상에. 경제가 위기요 제2의 환란이 코앞이라는데 도탄에 빠져 초근목피로 연명해야할 백성들이 이렇게 태평할 수가 있나. 여기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 환차익 노려 외화예금 돈몰려 왜곡된 정보이용 환투기 뿌리뽑아야
아니다 이런 사람들이 지금 바쁜 일이 하나 있다. 각종 매체에서 제2의 환란이 닥친다고 하도 떠들어 대니 97년 말 생각이 났는지 혹여나 환차익이라도 볼까싶어 다투어 외화 예금에 가입하고 암달러상을 통해 달러 사들이기에 바쁘단다. 역시 부지런한 한국인이다. 정부는 반드시 이를 기억해 두었다가 시절이 바뀌면 달러를 풀어 왜곡된 정보로 환투기에 나서면 반드시 손해를 본다는 교훈을 주기 바란다.
우리 경제는 아직 수출 전선도 견고하고 기업들은 지난해 초유의 기록적인 실적을 올려 어느 때보다도 많은 현찰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같은 회사는 보유 외환 규모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큰손으로 대접 받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민생 도탄, 경제 위기를 주장하는 신문의 읽을 만한 기사보다 볼만한 광고지면이 많은 한 아직 우리경제는 위기가 아니다.
지금은 경제 위기(crisis)가 아니라 단지 혼돈(소용돌이, vortex)의 시기일 따름이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자 강국이요 우리 경제 의존도가 제일 큰 미국과 중동의 빈국이지만 석유 강국인 이라크가 서로 전쟁을 하고 있는데 따른 혼돈의 시기인 것이다.
전시의 경제가 평시와 같이 돌아간다면 그야 말로 비정상이다. 모든 상황이 비정상인 시기에는 경제도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지금 전쟁은 아프리카의 어느 소국과 남미의 어느 나라가 싸우는, 그래서 우리로서는 담배한대 물고 축구경기 보듯 구경만 해도 되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어차피 전 세계적인 과잉 생산을 해소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도 높은 정황이고 지금은 본격적인 전투 개시에 앞서 세계경제가 움추릴대로 움추려 눈치만 보고 있는 시기이다.
▣ 지금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기
전 세계적인 경기수축, 하강기인 것이다. 부시는 이를 전쟁으로 돌파하려고 한다. 이때 세계 교역순위 14위인 우리나라만 독야청청하다면 그건 기적이다. 민생도탄론자들의 기준에 따르면 지금 전세계 백성들이 모두 도탄에 빠져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경제가 어려운 것은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이런 옛말이 있다. 혼자 당하는 난리가 문제지 모두 당하는 난리는 난리가 아니라는. 다시 비유해 말하면 지금 경제가 어려운 것은 학교에서 단체 기합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혼자 커닝하다 들켜 시험 시간에 쫓겨나면 진급에 지장이 있지만 단체기합 받았다고 혼자만 진급 못하는 경우는 없다.
▣ 하방경직성 장기화 우려
단지 우리의 경우 우려 되는 것은 전쟁이라는 대외적인 요인과 북한 이라는 지정학적인 불리함, 그리고 개혁이라는 수술 작업이 상호 시너지를 일으켜 당분간 경기의 하방 경직성이 상당히 견조해 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일은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고 악을 쓸 것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대외 요인을 어떻게 하면 경기 상승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연구하고 지정학적인 요인에서 오는 불안을 억제하고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일이다.
주기적인 경기 하강기에 나타난 북핵이라는 지정학적 돌출 변수는 경제 개혁이라는 절대 명제에 영향을 미치는 상수가 될 수도 없을뿐더러 되어서도 안된다.
북핵문제는 미국과 중국, 소련, 일본 등 강대국들간의 긴장과 견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개항이후 지금까지 한반도는 한민족의 안식처라기보다 주변강국들의 국익이 부딪치는 각축의 장이었다. 약소국인 우리로서는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항존하고 있는 것이다.
▣ SK문제 엔론식 해법따라 상황 논리 배제 시장에 일임해야
SK분식 회계사건으로 금융 시장이 일시적으로 요동을 치고 관련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을 가지고 마치 금융위기가 대문앞에 온 것처럼 난리들이다.
그러나 지금 관련 은행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졌다 다시 회복되는 것이 낫지 이것을 억지로 막으려다가는 97년 말 처럼 국가 신용등급 자체가 한꺼번에 10단계 떨어지는 사태가 오고야 만다.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은 지금까지 불투명하고 불성실하게 금융 활동을 한데 대한 국제 사회의 일종의 페날티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왕 이렇게 됐으면 다음과제는 뒤처리 과정이라도 제대로 투명하고 성실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한다는 것은 상황 논리나 정치 논리가 끼어듦이 없이 시장 논리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이다.
▣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SK처리 과정 시금석
채권 금융기관들은 공개적으로 외부의 입김이 없이 눈치 보지 말고 사후 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그야 말로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관련 금융기관들은 제2의 환란을 초래한 역적으로 두고두고 역사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SK문제를 덮어 버렸다고 해서 그래서 관련은행들의 불이익이 일순간 감추어 졌다고 해서 과연 그것이 장기적으로 해당은행과 국가 신용도 제고에 도움이 될 리는 만무한 것이다. 논리의 선후를 뒤바꾸지 말아야 한다. 후처리를 투명하게 하는 과정을 다시 신뢰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국제 금융시장의 미아로 전락한다. 좋은 게 좋다고 지금 냄새나는 것을 덮어버리면 그다음에는 영원히 끝이다.
SK의 처리에 대한 발언권은 가장 채권이 많은 기관의 책임자가 여타 채권자들과 알아서 합리적으로 시장이 요구하는 방향대로 처리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야 한다. 혹시나 그래도 그 회사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쩌고 금융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고 하는 식으로 옆에서 훈수가 들어가면 우리 금융기관은 국제 사회에서 왕따 당한다.
▣ 시장 이해당사자 의견 중시해야
경제범죄와 관련해서는 검찰은 혐의가 잡히는 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경제 관료들은 그 과정을 지켜보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시장의 움직임과 반응을 예측하고 투자자와 국제 시장에 대해 해명, 설득하고 반응에 따른 대응책 마련하고 시장과 투자자들은 객관적으로 각자의 이익에 입각하여 냉혹히 시장원리에 따라 판단하고 처리하면 끝이다.
엔론 사태 당시 어떤 매체를 뒤져봐도 해당 기업의 정식 로비스트 아닌 다음에야 관리들이나 정치인들이 내 놓고 수사당국에 전화해서 물의를 일으켰다는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 시장 단기 충격 받아도 장기로는 국제 신뢰 높일 기회
해외시장에서 한국물이 홀대를 받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세계 금융 시장의 자본은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헤지 펀드를 제외하고는 모든 나라에서 셀(sell)을 하고 있는 시기이다. 코리아만 셀하는 것이 아니라 저팬도 셀하고 차이나도 셀하고, 전후의 금융시장 변동과 투자수요에 대비하여 각자 유리하고 안전한 자산을 찾아 움직이기에 정신이 없다.
다들 돈 거두어 들이기에 바쁜데 외평채 가산 금리가 안 오르면 이상한 일이고 국내 금융 거래의 불신으로 페널티를 받았는데 바로 그날 국제금융시장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다면 그것도 비정상이다.
며칠동안 찬밥 신세를 면하기 어려운 것이 국제 사회의 룰이다. 뉴욕 환시에서 딜을 담당하고 있는 한 교포의 말로는 지금 이머징 마켓의 물건은 어디나 찬밥이라며 한국이라고 별수 있냐는 반문이다.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정작 중동에서 폭격이 시작되는 전면전이 벌어지면 이런 외환 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차라리 거기에 대비해야 한다.
▣ 금융시장 적응력 높아졌으나 정책 신축성 문제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혼조를 보이자 한은이 유동성을 풀어서 막아준 일은 오래 간만에 매우 잘한 일이다. 지금 일시적으로 유동성 과잉 공급해도 난리 안 나고 인플레 유발 효과 크지 않다. 어차피 갈데없는 돈은 다시 금융 기관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환란이후 지금까지 한은에서 총통화지표를 주요 정책 대상으로 관리 한 적이 별로 없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해야 할일은 미 이라크간 전쟁이 끝난 후의 전후 복구사업을 현재 경기 하강기를 반전 시킬 기회로 만드는 일이다.
이라크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고 일대 경제특수가 일어난다.
▣ 전쟁 오래가면 단기 부양 처방 필요
전쟁으로 파괴될 이라크 내 석유시설을 복구하는 데만 앞으로 10년간 매년 50억달러 이상의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 건설업계 전망이다. 여기에 부수되는 석유 화학, 발전, 항만 건설 등 그동안 미루어졌던 이라크의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장이 열린다. 개평만 주어도 우리 경제 다시 살수 있다.
전후 복구 시장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서 공병대를 5백명만 보낼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보내야 한다. 명분 없는 전투병만 보내지 않으면 된다. 쿠웨이트 같은 인접 국가에 의료 요원을 대거 급파하여 적십자정신과 인도주의 함양에 적극 동참함을 물론 이를 계기로 속으로는 ‘중동 특수여 다시 한번’을 외칠 때다.
이럴 때 일수록 정주영식 발상이 필요하다. 현대는 아산 병원 의료진에 현대 제복을 입혀 대거 쿠웨이트로 보내 난민을 보살펴야 현대건설이 복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발언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반전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반전운동은 민간 기관에서 열심히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 세계적인 ‘셀(sell)’ 추세 우리만 예외 일수 없어
제도나 조직을 바꾸는 것은 그나마 간단한 일이다. 검찰 군기 잡듯이 무능하고 구태에서 못 벗어난 집단은 좌천시켜 옷 벗게 하고 밑에서 앙앙불락하는 무리들은 승진을 미끼로 다독거리면 조용해진다. 그러나 경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경제란 것은 과거로부터 쌓여온 집적물로서 어느날 갑자기 쾌도난마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면 반드시 뒷탈이 난다.
단지 시기의 선택은 할 수 있다. 조삼모사식으로 성과를 앞당기고 부작용을 뒤로 미루느냐 아니면 성과가 당장은 적더라도 차후에 부작용이 적게 해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정책 당국은 조삼모사가 아니라 조사모삼. 더나아가 조오모이도 고려해야 할것이다.
지금 정부의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계와 신용카드의 부실도 본질은 국민의 정권 진념전부총리 시절의 작품이 아닌가. 당시 수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카드 사용한도를 마구 풀어 소비를 늘리고 특소세도 철폐하여 거리마다 새 차가 넘쳐나게 하는 내수 확대 정책을 선택함으로써 경제 회복의 돌파구를 찾은 것은 나름대로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은 사실이고 경제의 내수 의존도가 높아짐으로써 이후 경제 정책을 입안할 때 소득 분배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게 된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 증시 불씨 지필 정책 마련해 둬야
앞으로 누가 경제 정책을 주물러도 성장의 동인이 수출에서 내수로 기울어져 있으면 분배 보다 성장을 우선 해가지고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분배를 해야 성장이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선진국형으로 한걸음 다가선 것이다.
그러나 현정부로서는 경제운용의 짐이 되는 것은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시점에서 또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를 찾아야 한다. 경제 관료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있다.
▣ 원죄 인정하고 적극적 경제 홍보 시급
지금 정부가 경제 개혁에 성공하려면 국민들을 상대로 한 설득과 합의라는 고도의 전략과 시간을 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더구나 경제라는 것은 성격상 정치적인 문제처럼 여야 협상을 통해 간단히 결론을 내서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교육 과정이 소요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 홍보는 어려운 법이다. 더구나 정부는 경제에 관한한 대국민 설득에 원죄를 가지고 있다.
97년말 IMF구제 금융을 받기 바로 전까지 부총리라는 사람이 우리나라 경제는 펀더멘탈이 튼튼해서 안심해도 된다는 헛소리를 한 그 이후 우리 국민 누구도 관료들의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믿지 않는다. 그리고 관료들도 누구도 자신 있게 나서서 경제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하지 않는다. 잘못하면 역적 아니면 코미디언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벽을 타파해야 한다.
▣ 경제전망 기대 심리 중요 변수
과거 정부에서 경제 홍보를 위해 전담 기구를 만든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경제문제에 관한 아젠다 설정을 몇몇 매체가 독점하고 있던 당시에는 전문가가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자료도 출입기자나 기껏해야 데스크 손을 통해 편집국 휴지통으로 직행하면 정보의 흐름은 거기서 끝나게 되어 있었다. 정보유통의 독점이 가져온 전형적인 폐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종이나 전파 매체보다도 인터넷 매체가 더 위력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나오는 모든 기사에는 쪽글과 댓글을 달수 있어 즉각적인 반박으로 독자들의 실시간적인 반응을 유도하고 아젠다 설정이 즉시 이루어진다. 여론 조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게시판도 무수히 많다.
기존 언론매체의 아젠다 설정기능은 이미 쇠퇴하기 시작한지 오래되었다. 기존 매체들이 아무리 지명도가 높고 강연료가 비싼 인사를 모시고 세미나를 해도 국민들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인터넷 매체의 아마추어 논객의 글이 훨씬 더 설득력을 가지고 신속히 전파되는 세상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직접 정보를,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처럼 정부가 경제 문제에 대해 논리적인 대응 없이 그저 ‘아직은 괜찮다’는 말이나 앵무새처럼 반복해서는 대국민 설득은 이미 물 건너간 일이다.
▣ 금리, 정책수단 기능 회복 긴요
모든 초점은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경제 활동을 투명하게 하는 나라라고 인정을 받아 국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느냐 하는데 맞춰져야 한다.
결국 또 IMF가 답을 주고 있다.
IMF 폴 그룬월드 한국대표부 대표는 방송대담(12일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97년 외환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IMF는 효율적인 시장 자율성이 자리 잡을 때까지는 재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정책을 지지한다.” “과거 재벌에 대한 시장 자율성의 부족이 경제 위기의 중요 원인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틀린 말인가?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인용하기 좋아하는 파이낸셜 타임스도 12일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하고 있으며 같은 날 뉴욕타임스도 “한국재벌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가 개혁을 지속해야 한국은 살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언제나 비판적인 월스트리트저널도 같은 기조의 논조다. 역시 틀린 말인가? 이들이 우리나라 언론이 아니라고 해서 무책임하게 막말하는 막가파들인가?
▣ 투명해야 국제사회 인정받아
우리가 그렇게도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국가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무디스나 S&P나 모두 우리 금융 거래와 기업활동이 ‘클리어’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면 가차 없이 신용등급을 깎는다.
그래서 우리의 금융이나 기업 활동을 ‘클리어’ 하게 하는 것이 개혁이라면 목숨 걸고 해야 하고 신용등급 떨어지는게 무서워서 쉬쉬하고 분식회계 덮어두는 것이 개혁이라면 그런 개혁은 역시 목숨 걸고 막아야 한다.
SK사태의 뒤처리를 얼마나 ‘클리어’하게 하는 가를 지금 그들은 주시하고 있다. 뒤처리가 ‘클리어’ 하면 그들은 관련 은행들의 신용도도 다시 원상회복 시켜줄 것이고 우리나라 국가 신용도도 높여 줄 것이지만 만에 하나 ‘클리어’ 하지 않으면 이번에는 은행 신용도가 아니라 국가 신용도를 가차없이 추락시킬 것이고 그러면 진짜로 재기 불능의 외환위기가 닥칠 것이다. 정치 논리로 경제를 풀면 망하는 지름길이요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시장원리로 풀면 선진국으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지금 덮으면 두고 두고 후회할 것
각각의 다른 정부기관들이 왜 경제인들과 만나 잘 잘못을 거론하는지 국제 시장은 이해하지 못한다. 뭔가 한국의 기업 경영에 클리어하지 않은, 구린 구석이 있으니 정치인들과 수사관들이 서로 앞 다투어 덮어주겠다고 나선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스탠다드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한다.
국제 금융시장의 요구는 간단하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일단 페널티를 먹어라. 그리고 시정해라 그러면 다시 신용등급을 정상화 시켜 투자도 하고 국제 사회의 멤버로 끼워줄 것이고 그렇지 않고 끝임 없이 썩은 냄새를 피우면 너희들은 영원히 아웃이다.
지금 덮으면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면서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본 꼴 난다. 장기 불황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여기서 개혁 스톱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친다. 그리고 5년 안에 경제 결단나고 외환 위기 다시 온다. 그러면 영원히 선진국 진입 포기해야 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