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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銀花와 壞色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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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2-22 18:06

[김병규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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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라는 말은 흔히 인고(忍苦)를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인동초(忍冬草)는 춥고 어두운 겨울을 참고 이겨냄으로써 다른 어느 것보다 아름답고 고매한 품위를 가진 겨울생명으로 인식돼 있다. 해가 가장 짧고 24절후 가운데 밤이 제일 긴 엄동설한(嚴冬雪寒)의 극한 상황을 극복했기에 더욱 사랑을 받는다.

이 같이 인고의 상징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인동초가 더욱 귀한 것으로 대접받는 이유는 이 인동덩굴에서 피는 금은화 때문이다. 수많은 한약재 중에서 가장 귀한 약재로 알려져 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 금은화 약재를 마이신과 같은 항생제대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종기 치질 등과 같은 악성질환을 치료할 때 이 금은화가 쓰였으며 값도 만만치 않았다.

금은화가 이처럼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추위와 어둠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동안 지속되는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내의 힘이 쌓여 강한 살균력을 가진 생약성분이 배양된 것이다.

또 어려움을 이겨냈기 때문에 모습은 수수하지만 아름답고 고고한 품위를 가지면서 내면에선 짙고 훈훈한 향기를 내뿜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만물이 잠자거나 죽어버리는 겨울철의 추위와 캄캄함을 참고 이겨냈기에 설중매와 함께 이들의 향기는 백리 밖까지 풍겨 퍼진다고 한다.



金銀花는 수수하지만 귀하다



이 같이 자연도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내야만 남 또는 경쟁자가 따라오기는커녕 쉽게 흉내도 낼 수 없는 아름다움과 향기, 품위 등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칠흑과 같은 어둠과 견디기 힘든 추위를 극복해 내야 찬란하고 밝은 새벽을 맞이할 수 있는 법이다. 고통의 능선들을 넘지 않고는 태양을 맞이할 수 없다.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도 무려 1천6백여 회에 걸친 실험의 실패 끝에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지 않는가.

중요한 것은 이런 인내엔 색깔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그 인내의 소중함이 더해지고 더 강한 빛을 발하게 된다. 우리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색깔을 너무 두드러지게 내 보이거나, 좋아하고 싫어하는 색깔의 구분이 지나치게 명확해선 곤란하다. 어떤 색은 보기 좋고 어떤 것은 싫다 하여 지나치게 심하게 분별하거나 편견을 갖고 보다간 마음의 눈이 먼다고 한다. 그래서 ‘오색령인목맹(五色令人目盲)’이라 하여 ‘오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고 옛날부터 경계해 왔다. 오색이란 파랑 노랑 빨강 하양 검정 등 다섯 가지 색깔을 말한다.

금은화에서 튀는 색깔의 맛을 느낄 수 없듯이 수수하고 수더분해야 오랜 기간동안 함께 있으면서 만인의 사랑을 받는다. 빛깔과 무늬에 현혹되지 않는 사람이 늘 수수하게 곁에 있게 되는 것처럼 잔꾀를 부리거나 꾸미지 않고 속이지 않을 때 오래간다. 스님들의 가사(袈娑)와 수녀님들의 여름 옷 색깔을 괴색(壞色)으로 만든 이유는 수행자의 옷에서 튀는 색깔을 없애야 마음닦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구별하기 쉬운 색깔인 이들 오색이나 일곱 가지 무지개 색을 모두 섞어 한가지 색으로 다시 만든 색깔이 괴색이다. 다시 말해서 개개의 색깔을 모두 무너뜨린 색깔인 것이다. 파괴된 색깔이라고 할까.



지도자는 색깔·무늬에서 벗어나야



빛깔은 신기루 같이 바깥의 겉일 뿐 내면(속)이 아니다. 겉만 보고 속을 보지 못하면 눈은 있으나 마나한 죽은 생물의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의 민심처럼 내면 깊이 숨겨진 속을 보는 눈을 혜안(慧眼)이라고 한다. 혜안은 이 색 저 색을 찾아다니며 색깔 또는 빛깔을 탐(貪)하지 않는다.

인동초나 금은화와 같은 고집과 인내로 살아가는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색깔과 빛깔, 무늬에 눈을 팔지 않는 대인이나 지도자는 만나기가 쉽지 않다. 대인과 지도자는 색깔 빛깔 무늬 등에서 초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것들을 선호하다간 자신이 쓴 안경이 모든 사람들의 안경으로 착각하게 되고, 자칫 광대처럼 되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인 것이다.

지도자가 색깔과 빛깔, 그리고 무늬에서 해방되어 정치를 하거나 회사를 경영할 때 나라가 편안해지고 회사가 번영하게 된다. 인간이 이런 외형적인 것들에서 벗어나 인생을 살게 될 때 삶의 폭과 깊이가 훨씬 넓어지는 법이다.

<주필>



김병규 기자 bk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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