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문제제기는 명실상부한 약정 점유율 업계 1, 2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삼성증권을 배제한 채 점유율을 비교해 봤자 별 의미가 없다는 경쟁사들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한 업체라도 삼성증권 뒤를 따라 약정점유율 비교를 중단한다면 증권업계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약정경쟁을 포기하게 될 공산이 크게 됐다.
그동안 증권업계는 높은 약정점유율이 고객에 대한 회사의 인지도와 신뢰성을 알리는 지표로 인식, 브로커리지 영업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사간에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해 오고 있었다.
모든 경쟁사들이 점유율경쟁에 매진했던 과거에는 누구라도 쉽사리 이 전쟁을 포기할 수 없는 어쩌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나친 점유율 경쟁이 수수료 인하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증권업계 전체를 멍들게 해, 시장을 왜곡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이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일종의 게임, 좀더 구체적으로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 emma)와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내 행동에 대한 상대방의 대응을 예상하기 어려울 때는 어쩔수 없이 최악의 상대방 대응을 전제로 전략을 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점유율 경쟁포기의 당위성을 모두가 알고 있는 증권회사들이 동시에 점유율경쟁을 포기하기로 한다면 문제는 자동 해결되겠지만, 혼자서만 포기한다면 이는 곧바로 급격한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게임에서 쉽사리 빠져 나오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안하겠다고 한 당사자가 삼성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가진 삼성증권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정도의 선수라면 게임에 대한 참가자들의 태도를 바꿀만한 힘이 있는 것이다. 흡사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더라도 세계물가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의 통화량 팽창은 세계 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계수교환을 하고 있는 증권사 실무담당자들은 삼성증권을 제외하고서도 일단은 예전과 동일하게 약정 계수교환을 하기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증권의 점유율은 전체시장점유율에서 여타 증권사들의 그것을 공제하고 나면 얼마든지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이 게임상황이 종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하지만 이번 삼성증권의 점유율경쟁 포기선언으로 타 증권사들도 점유율 늘리기를 포기하기가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에 조만간 약정점유율 싸움은 막을 내릴 것으로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