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실 대비·中企대출 증대·MBS활성화 과제로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공격적인 가계대출마케팅을 실행함으로써 가계대출이 단기간내 급속히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가계대출채권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외환위기 이후의 특징을 중심으로 살펴본 ‘예금은행의 자금조달 및 운용행태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부터는 대출부실화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계대출을 크게 늘림으로써 가계대출금액이 기업대출금액을 오히려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같은 은행의 가계대출 확대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수 진작을 통해 경기회복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계대출이 단기간내에 급속히 늘어 최근에는 소비보다는 부동산 부문으로 유입된 점을 감안하면 은행은 주택 등 담보물의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가계대출채권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한은은 지적했다.
한은은 또 국채유통시장에서는 은행의 안전성 중시 경향으로 시장유통금리가 지나치게 하락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가계대출 억제조치 시행이 은행의 기업대출 확대보다는 국공채의 활발한 매입을 초래한 가운데 국채금리가 더욱 하락하고 이에 따라 예금금리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들이 BIS자기자본비율을 의식해 가계대출에서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대출로 전환하기보다는 국채 등 안전성이 높은 유가증권으로의 자금운용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고 우량채권의 과도한 가격상승 압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중소기업대출을 장려하는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주택자금의 만기구조 장기화 등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의 원만한 수습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장기적으로는 주택저당대출시장 및 주택저당대출 담보물의 유동화를 위한 MBS(주택저당유동화채권)시장의 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은행으로서는 장기적인 자금운용수단을 확보하고 서민들의 자기집 마련 기회를 확대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금조달면에서 시중은행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금융채 발행 비중이 1%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BIS비율 제고를 위한 후순위채 발행을 중심으로, 올해 들어서는 원화유동성비율 제고를 위한 일반 금융채 발행을 위주로 가장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방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 금융채 발행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외환위기 이후에는 늘어났으나 시중은행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으며 특수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행의 자금조달 및 운용행태 변화 추이>
(총자산,부채에 대한 비중, %)
김영수 기자 a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