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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개혁, 가계대출 부실로 ""위기""-FT

박준식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11-20 09:42

아시아에서 모범적인 개혁 사례로 꼽혀온 한국의 금융 개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간 부실기업에 대한 무수익여신의 비율을 과감히 줄이고 가계대출을 확장함으로써 외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한국의 금융권이 이제는 신용카드와 개인대출 부문에서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가 19일 경고했다.

한국 은행들의 지난 3분기 순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 증가한 1조4000억원을 기록, 97년 금융 위기에서 무사히 회복됐음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는 2분기에 비해 18% 감소한 수치다. 부실 가계대출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부실 대출 증가로 수익이 전분기에 비해 무려 23% 급감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한국의 은행들이 마구잡이로 개인대출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놀랍다"며 "이같은 관행이 계속될 경우 한국의 금융의 개혁 성과가 하루 아침에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97년 당시 가계대출은 211조원 수준이던 것이 올해 거의 400조원을 기록하며 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한국의 저축률은 97년 33.4%였던 것이 올해 27.5%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부실 대출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물론 가계대출의 증가는 소비 진작과 그로 인한 내수 확대 등 한국 경제의 회복세를 이끌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기업으로 편중됐던 자본이 개인으로 재분배됨으로써 소비자들의 권리향상은 물론 무분별하게 덩치만 키워왔던 기업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사업모델을 취하도록 강제했다는 공로도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가계대출이 지금과 같은 증가세를 유지할 경우 기업의 부실대출로부터 겨우 회복한 한국의 금융권이 부실 가계대출이라는 또 다른 시한폭탄을 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비자신용시장에서 한국의 은행들과 카드사들이 무리하게 개인 대출을 늘려갈 경우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99년 50%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 7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70%인 일본에 비해서도 더 높은 수치이고 79%인 미국에 육박하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전례없는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인 한국이 OECD 기준에서도 높은 수준의 가계 부채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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