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의 지분매각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구조조정은 결국 은행의 숫자 줄이기에 불과하다는 비난 여론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문화가 다른 은행을 무리하게 합병시키면서 직원간의 반목이 확산되고 조직이 불안해졌지만 물리적 통합을 구조조정의 완성으로 평가하며 추가 합병을 유도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물론 합병을 통해 지점수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직원들의 경쟁력 강화로 은행의 영업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철저하게 해당 금융기관의 자발적 합병이 이뤄졌을 때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정책이 해당 금융기관은 물론 금융계에 미치는 효과에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IMF 직후에는 은행의 부실을 조속히 정리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부실은행을 정리하는 것이 당면 과제였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향후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
하지만 문제는 올해 들어서도 정부가 경영정상화, 정부의 지분 낮추기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리하게 은행들의 물리적 통합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흥은행의 경우에는 정부 스스로가 ‘공자금 투입은행의 정부 지분 매각 원칙’을 무시한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초 재경부는 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2002년 당해는 물론 2003년 이후까지의 정부지분 매각의 방향을 밝혔다.
재경부는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공자금 회수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계적이며 체계적인 매각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외국의 사례를 통해 “외국의 국유화된 은행은 장외입찰, 전략적 투자자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6~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매각”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미은행은 신한은행과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당장의 걱정은 덜었지만 추가 합병에 대한 불안은 가중됐다.
우리은행도 옛 평화은행의 완전통합과 경남, 광주은행의 기능통합으로 추가 합병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국민은행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추가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중론이다. 외환, 기업 등 다른 은행들도 일단 합병논의에서 배제됐지만 내부적으로는 더 불안하다.
지금 합병을 논의한다면 대등한 입장이지만 추가 합병은행과 다시 합병이 논의된다면 피흡수에 가까운 형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은행 임원은 “한때 우리나라에는 은행이 국책은행, 시중은행, 지방은행 한 개씩만 남을 것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었는데, 농담이 진담으로 바뀌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은행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당국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