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형화의 이점으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든다. 은행의 자산규모가 커져야 전산투자와 같은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규모가 큰 것이 생존의 조건일 수도 있다. 또한 몇 개의 은행이 합병할 경우 중복되는 점포, 기구, 인력 등을 감축시킴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규모가 커짐으로써 은행의 신용도를 높이고 대규모 여신을 통해서 소규모 은행들을 따돌리는 경쟁상 우위도 적지 않다. 금융겸업화도 자산규모가 커야 가능하다. 오늘날 금융겸업화는 은행, 보험, 증권, 투신 등 다양한 업종의 상품을 취급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금융의 글로벌 트렌드이다. 이러한 금융환경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 금융기관의 대형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대형화 경쟁은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은행이던 기업이던 규모의 대형화가 절대적인 이점이 될 수는 없다. 국제적인 사례나 연구도 대규모의 이점을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한다. 특히 합병을 통해 대형화된 거대기업, 거대은행들이 기대 보다 경쟁력이 강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에 소규모 신규기업들도 혁신적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시장에서 거대기업과 경쟁을 벌이면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가령 일본 은행들은 합병을 계속해서 규모면에서는 세계적인 거대은행이 되었지만 경쟁력은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반면에 소규모 지방은행 중에도 경쟁력을 강화해서 규모를 키우고 금융중심 지역은행으로 발돋움한 은행들도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벤처기업, 벤처금융기관들이 급성장하면서 거대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소규모 은행의 장점은 조직이 탄력적이며 새로운 시장, 틈새시장 등에 접근이 신속 용이하다. 물론 소규모 기업이 항상 능률적이라던가 대규모의 이점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계최대은행인 시티그룹도 비록 성공적인 합병으로 거대은행의 이점을 확보했지만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금융의 겸업화 추세가 범위의 경제를 확대하지만 각 금융서비스 부문간의 이해상충이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거대 금융기관의 이해상충 문제가 최근 엔론사태와 같은 회계부정 및 경영비리를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금융 겸업화 및 업무다양화에도 한계가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형화의 이점도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거대은행은 시장지배력에 안주해서 서비스 향상 및 경쟁력 강화 노력을 소홀히 하기 쉽다. 또 거대은행은 정부가 시장에서 퇴출시키지 못할 것(Too big to fail)이라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거대은행은 오히려 국민 경제의 커다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합병을 통한 거대은행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합병을 통한 대형화의 성공여부는 어떻게 이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규모의 이점을 확대하느냐에 달렸다. 대형합병이 무조건 경쟁의 우위를 지켜준다는 안이한 사고는 오히려 거대은행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은행대형화만이 경쟁력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금융시장에는 다양한 틈새시장도 존재하고 작지만 경쟁력을 갖는 은행도 적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은행산업은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은행(유니버셜 뱅크)가 있는가하면 복수의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및 거액고객에 대한 프라이빗·뱅킹 등 특화된 서비스를 조공하는 은행 등으로 분화되어 서로 경쟁해갈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혁신적으로 노력하는 은행만이 경쟁에서 이겨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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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