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은 부자 고객만을 위한 은행인가. VIP고객에게는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하지만 서민 고객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은 곳이 은행이라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리기업인 은행이 수익기여도가 높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반 고객을 외면하는 것은 스스로 생존 기반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떤 은행은 최고급 벤츠차를 구입해 고객을 VIP센터까지 모시고 있다. 또 다른 은행은 VIP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호텔 수준의 발마시지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직원이 금융업무를 처리할 동안 편안히 쉬라는 배려다.
반면 일반 서민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은행들의 서비스는 갈수록 열악해져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자동화기기와 인터넷뱅킹 등 첨단 금융채널의 이용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창구에 제공하던 서비스를 크게 줄였고 이용 시간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은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폐 및 동전 교환 등의 업무는 오전과 오후 각각 2시간 동안만 이뤄지기 때문에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토요일 휴무에 따라 가뜩이나 은행을 이용할 시간이 줄어든 고객들이 불평하는 것은 당연한 것.
그나마 동전 교환을 군소리 없이 해주면 다행이다. 한 주부 고객은 자녀들에게 평소 ‘절약’을 강조하며 지난 2년여 간 모은 동전을 지폐로 환전하기 위해 인근 은행을 찾았다가 낭패를 보았다. 은행직원이 개설통장이 있냐, 있어도 점심시간이어서 교환해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특히 주택밀집지역에 위치한 지점의 경우에는 동전교환과 관계된 고객과 직원간의 실강이는 유독 많다고 한다. 동전을 바꾸려면 동네 슈퍼마켓이나 가보라며 핀잔을 받았다는 고객을 만나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한 은행의 경우 기존거래관계가 없는 고객이 5000원 이상의 동전을 지폐로 교환할 경우 수수료로 교환금액의 2%를 받아오다 여론의 비난에 밀려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