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경제연구소가 소수의 인력과 조직 축소에도 불구하고 제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무장됐기 때문이다.
대부분 은행들의 경우 IMF 이전까지는 경제연구소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1순위로 연구소 조직을 축소, 폐쇄시켰고 이 과정에서 많은 연구원들이 자리를 떠났다.
최근까지도 이러한 경향이 이어졌는데 지난해에는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지주회사 설립을 계기로 신한경제연구소를 없애고 연구팀을 부서에 편입시켰다. 연구소가 남아 있는 조흥, 외환,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전문 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외환은행 경제연구소의 경우 지난 95년 총 22명이던 연구인력은 9월말 현재 10명으로 반감됐다. 그나마 실제 연구인력은 연구소장을 포함해 7명에 불과하다.
조흥은행과 하나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 조흥은행은 얼마 전에 연구소장이 떠난 이후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고 하나경제연구소도 연구 인력이 6명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은행의 경제연구소들은 여전히 왕성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외환은행 경제연구소가 발간하는 ‘월간 금리/환율 동향’은 외환은행의 브랜드인지도에 부합하는 수준 높은 간행물이라는 평가다. 금리/환율 예측 능력에 대한 신뢰는 변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 1년 기간의 예측활동은 국내금융기관 중 유일하다는 것.
하나경제연구소도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은행의 ‘씽크탱크(Think Tank)’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연구소에서 생산되는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게재하는 등 정보의 장을 사이버공간으로 확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은행의 ‘산업분석반’은 연구소 리서치기능을 대신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부 전문 인력을 통해 각종 국내외 산업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전담시켜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는 데 따른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국민은행의 경영경제연구소도 은행 연구소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은행의 경영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더 나아가 소비자의 금융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다는 것.
‘20대 소비자의 금융 행태’ ‘가계대출 부실화 전망’ ‘중국시장의 허와 실’ 등 사회적 핫 이슈를 연구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최인규 연구팀장은 “국민은행이 국내 최대의 은행인 만큼 여기에 속한 연구소가 무엇인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은행의 경영과 관련된 활동은 물론이고 고객의 금융지식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성숙시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