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1년 이후 은행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국민주택기금의 취급 확대가 현실화됐다. 건교부가 국민주택기금의 취급 기관을 확대키로 최종 결정하고 신청 접수를 시작한 것.
이에 따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기금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나섰던 은행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는데 저마다 취급의 당위성과 운용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 위탁기관 확대 배경
국민주택기금의 취급이 여러 은행에 분산돼 위탁되는 경쟁체제는 지난 2001년초부터 구체화됐다. 건교부는 주택은행 민영화 방침이 정해진 지난 2000년부터 국민주택기금 운용 재검토에 착수, 같은해 11월 한국산업관계연구원으로부터 국민주택기금 관리· 운용체계 개선방안에 대한 용역보고서를 받았다.
건교부는 국민주택기금 취급기관을 다변화해 국민은행과 다른 은행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고 기금 관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국민주택기금은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81년 설치됐으며 지난해말 현재 총자산이 43조원, 자본이 3조4000억원에 달하고 연간 순수사업비만 11조원에 이르는 등 융자사업을 하는 정부기금 중 최대규모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민은행이 독점적으로 취급함에 따라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지난 2000년 443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956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운용이 부실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주택기금 운용은 건설교통부가 담당하고 있으나 기금위탁관리기관인 국민은행이 총괄관리 및 집행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데 이를 제대로 감독하는 기능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기금 유치의 장점
은행들이 기금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기금운용에 따른 고객유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기금 운용에 따른 수수료 수익은 적지만 기금대출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산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고객들이 주택 청약 관련 저축에 가입하거나 대출을 받을 경우 자연스럽게 해당 은행에 결제통장 등을 만들게 되고 다른 거래도 늘어나게 된다는 게 이들 은행들의 분석이다.
또한 국민주택기금은 다른 기금에 비해 취급 수수료가 높아 은행의 수익을 높이기에 유리하다. 특히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등 은행의 수익원이 줄어들고 있어서 기금 취급은 향후 가계금융의 시장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취급 은행이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은행들이 위탁을 강력하게 희망하는 이유다.
물론 최근 들어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기금 대출이 일반 대출보다 금리가 높아 대출 실적이 줄어들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후속 대책이 마련된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분위기다.
■ 어느 은행이 유력한가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는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기금관리와 관련된 충분한 업무경험을 갖고 있어 주택은행 이상으로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우리금융이 은행의 구조조정을 완성한다는 목적을 갖는 이상 기금 관리를 통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차원에서 기금관리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경우 서울시, 부산시의 기금을 관리했고 지하철 관련 채권발행과 사후 관리한 업무경험도 있어 당장에라도 국민주택기금을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120여개에 달하는 건설업체의 주거래 은행으로 국민은행보다 건설업체에 대한 자금지원과 사후관리 업무에 있어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우리은행에 통합된 옛 평화은행이 일부 국민주택기금을 취급한 경험이 있어 다른 은행에 비해 기금을 취급하기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리고 1000개의 지점을 활용한다면 고객의 편의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회사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지역기반을 활용한다면 지방에 거주하는 고객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기금 취급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이미 사업부제를 실시하고 있는 마당에 국민주택기금을 취급하게 되면 조기에 가계금융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에 속한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기업은행이 기금을 취급하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유리하다는 논리다.
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기금대출의 주요 거래 고객은 중소기업에 속한 노동자들”이라며 “이들의 주거를 안정화시키면 결과적으로 고용안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은행이 기금을 취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은행도 체육공단관리기금과 국민연금 등을 관리해 온 경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농협도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기 위해 준비중에 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