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북한의 신의주 개방조치와 향후 개방정책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신의주를 선택한 것은 북·중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최근 물가 인상조치에 따른 초기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 중국으로부터 생필품을 지원 받는 것이 필요하며, 중국의 입장에서는 신의주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단둥(丹東)의 개발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근영 금감위장은 “북한 신의주에 생기는 경제특구에 국내 금융기관도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금융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다음은 수출입은행이 내놓은 보고서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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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주 경제특구의 내용
북한이 발표한 ‘신의주특별행정구 기본법’은 총 6장 101조로 구성됐으며 주요 내용은 향후 50년간 중앙정부는 외교·국방권만 보유하고, 신의주특별행정구에 독자적인 입법·행정·사법권을 부여한다는 것.
개방분야는 금융,무역,상업,공업,첨단과학,오락,관광 분야이며 특별행정구는 토지 개발·이용·관리 권한을 지니고, 토지임대기간은 2052년 12월 31일까지다. 특별행정구에 설립되는 기업은 북한의 노동력을 고용해야 하며 특별행정구는 국가위임 범위 내에서 독자적으로 대외사업과 영사(領事)업무를 실시한다.
■ 신의주 경제특구 도입의 의미
북한이 신의주 지역을 경제특구로 도입하게 된 데는 먼저 김정일 조선로동당 총비서의 정치적 자신감 표출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김총비서가 추대된지 5주년 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리고 지난 7월 이후 실시한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체제를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외부자원을 동원해 경제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절실했기 때문이라는 것.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대해 개방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서 북·미 대화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며 물가 인상조치에 따른 초기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생필품의 안정적 공급이 필요해 중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
또한 특구 내에 시장경제요소를 수용하면서도 그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따라서 북한의 신의주 개방조치는 외국 자본유치와 선진기술 도입을 통해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의 영향력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각종 경제지원을 바탕으로 신의주를 개발함으로써 동북 3성(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의 관문인 단둥(丹東)의 개발을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 신의주 경제특구의 성공조건
북한이 개방한 신의주 경제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한기업의 투자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
남한기업의 투자보장 문제는 남북간에 서명된 투자보장합의서를 조속히 발효시킴으로써 해결할 수 있으며, 투자장려 문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남한 기업인의 자유로운 출입과 신변안전 및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제재조치 해제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조치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신의주에서 생산된 제품의 미국 수출은 불가능하다.
또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외자를 유치해 사회간접자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비록 신의주가 거대한 중국시장과 가깝기는 하나, 현재의 사회간접시설로는 투자환경이 열악하기 그지없다. 특히 항만시설과 교통·통신시설의 개선이 시급하다.
■ 향후 개방정책 전망
북한은 개방을 실시함에 있어서, 정치·경제·사회를 동시에 개방하는 舊소련식 개방방식을 택하지 않고, 정치체제는 유지하되 경제에 시장개념을 도입하는 중국식 개방방식을 채택하였기 때문에 향후 금융개혁을 실시할 경우에는 중국의 금융개혁조치를 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 조선중앙은행이 담당하고 있는 여·수신 업무는 조선무역은행을 비롯한 분야별 전문은행에 이관하고, 조선중앙은행은 화폐 발행과 금융정책 기능만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은 북한의 강력한 후원자인 중국과의 접경지역인 신의주 지역을 대외개방지역으로 선언하였기 때문에 중국의 후원과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바탕으로 조만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북한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을 지정학적으로 이용하는 등거리외교를 펼치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은 동북아에서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남한기업이 신의주에 진출하는 경우에는 경의선 연결에 따른 물류기지 및 지역산업 특성을 감안한 경공업 가공기지로서의 활용가능성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