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모든 산업에는 시장의 70~90%를 점유하는 강력한 3개의 기업이 있고 그들 주변에는 틈새를 공략하여 살아남는 스페셜리스트들과 시장의 함정에 빠져 사라져 버리는 수많은 패배자들이 있다는 ‘빅3의 법칙’이 있다.
경영학자이자 컨설턴트인 잭디시 세스와 라젠드라 시소디어 가 쓴 ‘빅3의 법칙(The Rule of Three, 신철호 번역, 21세기 북스)’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럴듯하다. 이 책은 우연처럼 여겨지던 빅3의 법칙을 밝히고 어떻게 해야 해당업계의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일러주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 자동차 산업계는 500여 개의 기업이 경쟁하는 치열한 전장이었다. 그러나 퇴출과 합병을 거듭한 끝에 현재 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 3개 회사만 남게 된다. 운동화의 나이키-아디다스-리복, 신용카드는 비자-마스터카드-아멕스, 햄버거의 맥도널드-버거킹-웬디스 등 빅3 체제로 시장이 돌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가전업의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통신산업의 SK텔레콤-KTF-LG텔레콤. 예를 찾자면 한이 없을 것 같다.
왜 그럴까. 시장을 빅3이 주도하는 까닭은 이들이 시장을 지배할 때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고, 경쟁 강도가 적당하며 시장 효율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각 시장의 ‘대표 기업’의 유명 브랜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제품을 사기 위해 수십 가지의 상품을 꼼꼼히 살피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다수가 몇몇 큰 브랜드 중에서 상품을 고르거나 ‘특별한 무언가’를 제공하는 업체를 찾는다. 이러한 일상적인 관행 속에 시장을 지배하는 빅3 법칙이 통용되고 있다.
그러면 빅3, 그중에서도 1위를 지키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첫째, 혁신의 주도자가 아니라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가 돼야 한다. 2, 3위 기업들이 애써 해 놓은 혁신을 재빨리 참고하여 내 것으로 소화하라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혁신적 모방(innovative imitation)’이라 하겠다.
둘째, 산업의 표준을 정하라(Rule Maker). 1위 기업은 최고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무기로 표준 또는 규범을 정하면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다른 모든 기업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1위는 때로는 2위를 따라가는 벤치마킹(Benchmarking)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표준을 만드는 벤치메이킹(Benchmaking)도 잘 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나이키·코카콜라·맥도날드와 같은 핵심브랜드를 키워라.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해 광범위하게 홍보함으로써 세계적인 핵심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저자들은 핵심브랜드로 반드시 하나를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둘은 넘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넷째, 저비용·제품다양화·시장점유율을 중시하는 박리다매형으로 가야 한다.
다섯째, 마진을 낮추고 해외 및 관련기업으로 진출해 시장을 키워라. 마진을 낮추면 없던 시장도 생길 수 있다. 예컨데 낮은 소득계층이나 해당제품의 효용이 떨어지는 계층까지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실용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원칙과 비전은 확실하게 고수하되 독단적인 사고를 피해야 한다(avoid dogmatic thinking)는 말이다.
피터 드러커의 다음과 같은 말을 적용할 수 있겠다.
“지적인 능력은 세상을 당신이 원하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Intellectual integrity is the ability to see the world as it is, not as you want to be).”
각설하고 이 빅3 법칙을 우리의 관심사인 금융산업 중 우선 은행에다 접목시켜 보기로 하자.
우리나라 최대의 은행은? 당연히 주택, 국민을 통합한 국민은행이다. 자산규모가 무려 198조원이나 되니까. 2위는 우리금융이다. 자산규모 104조원으로 국민은행의 절반이 조금 넘는다. 3위는? 지금까지는 줄곧 한우물을 파온 신한은행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은행과의 통합을 목전에 둔 하나은행이라고 해야겠다. 합병 후 자산규모가 84조원이 된다.
시장은 빅3이 지배한다는 원칙에 따르면 이제 신한은행은 큰일났다. 빅3에서 탈락될 것 같으니까. 조만간 스페셜리스트로 변신해야 할 운명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은행을 이렇게만 볼 수 있을까.
1층 2층 독립가옥으로 되어있던 집을 아래 위 계단하나 놓았다고 과연 큰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 집에는 바깥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국제 업무)도 변변치 않은데. 동네 밖으로는 명함 한 장 못 내미는 집을 과연 동 대표라고 할 수 있을까.
또 한 지붕 세 가족, 아니 여러 가족이 사는 다가구 주택의 벽마다 창문을 하나씩 뚫어 놓았다고 해서 한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도 심심하면 따로 살겠다고, 창문 도로 막겠다고 불평소리 높은데.
그리고 애시당초 헐값에 팔려가기 싫다고 앙앙불락 하는 혼사가 과연 허니문이나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가족들은 저마다 딴소린데 집만 크다고 과연 종가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 오늘의 퀴즈.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은행의 빅3은 어디일까요?
강 종 철 논설위원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