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구조조정 열풍에서 비껴 서있던 증권사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그동안 푸르덴셜 등 해외금융기관에 매각이 추진되고 있던 현대증권의 경우 최근 들어 외국금융기관의 인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국내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금융지주사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대우증권도 우량은행인 국민은행과 SK증권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인수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증권 이승주 금융팀장은 “증권사 대부분이 현재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향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라며 “2000년초 대우증권을 인수하려던 SK증권이 또 다시 대우증권 인수를 시도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증권사 구조조정이 임박한 가운데 현대증권의 국내 기관 매각 방향 선회는 의외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매각조건으로 신주발행가격 7000원의 규정까지 바꿔가면서 추진했던 현대증권의 매각 작업은 지난번 AIG에 이어 이번 푸르덴셜의 인수 가능성도 낮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매각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감위도 국내 대형사를 비롯해 국내 여론 수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추측을 낳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은행 등 우량금융기관의 경우 대우증권보다 현대증권에 오히려 큰 관심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 같은 점을 고려, 국내 매각으로 정책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증권의 매각에 대해 최근 발생한 현대증권 직원의 횡령사건으로 현 홍완순 사장이 물러나고 현대그룹 구조본부 출신인 강연재 상무가 증권으로 온 것도 매각보다는 현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과 전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현대그룹측에서는 가급적이면 현대증권의 경영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SK증권도 최근 SK구조조정본부에 향후 증권업 방향에 대해 대형사와 합병하는 것 외에는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SK증권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SK증권은 지난 2000년에도 대형화를 위해 대우증권을 인수하려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대우증권에 대한 입질을 재개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증권사 구조조정을 촉발시킨 굿모닝신한증권의 경우에도 추가 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회사가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을 합병시킨 것은 자회사인 신한증권의 업계 위상이 은행에 비해 한참 처지고 있기 때문에 합병을 통해 업계 상위권으로 진입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앞으로 1년 이내에 합병증권사가 업계 4위권으로 진입하지 못할 경우 추가 합병을 통해서 상위사로 발돋움한다는 방침이 내부적으로 확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