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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칼럼] 금융인 윤리강령 나오길…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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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07-0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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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행복한 세상에 살고 싶으면 윤리적인 생활을 하라… 좋은 세상은 윤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이어져 오는 명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윤리’란 무엇인가. 성당이나 교회 또는 대웅전안에만 있는 것일까. 아니다. ‘타인에게 좋은 일을 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지난날 원시 경제 체제였을 때 우리 경제를 이끌며 국민생활을 향상시킨 주체가 있다. 보부상(褓負商)과 엿장수다. 외견상 이들 두 집단은 생산과 소비를 이어주는 유통조직이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들의 활동범위는 아주 넓었다. 상품의 광고선전요원이었고 소비자의 반응과 여론을 체크하는 컨설팅조직도 겸했다.

보상(褓商)들은 말 그대로 화장품, 금·은 세공품을 비롯 포(布), 면(綿) 직물과 지물(紙物)등을 봇짐에 싸서 팔러다녔다. 부상(負商)들은 등짐장수로서 소금, 어류 등 식용상품 외에 항아리, 나무제품 등 각종 생활도구를 짊어지고 전국의 장터를 누볐다. 엿장수는 이들 보부상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시골구석, 산촌 벽지까지 엿판을 갖고 다니며 생필품을 보급했다. 특히 이들은 물물교환도 해 줌으로써 서민들과 사람대접도 받지 못하던 당시의 천민 민중계층으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최하위의 밑바닥 인생이었다는 점이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사회계급과 서열의식이 강했던 특히 조선시대의 천민행상들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다른 직업이나 집단, 계층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윤리강령을 갖고 있었고, 또 철저하게 준수했다.

예를 들어 환난상구(患難相救)라 하여 서로가 알지 못하는 사이일망정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되면 상대방이 누구든 최선을 다해 도와준다는 윤리의식을 공유하며 살았다. 또 병구사장(病救死葬)이라는 강령은 협동이라는 차원을 훨씬 초월하는 일종의 종교적 교리처럼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병든 사람을 간호해주되 완쾌될 때까지 돌봐주고, 숨진 동료는 장사까지 지내 준다는 것이다. 비록 천대받는 장돌뱅이의 삶이었지만 이 같은 상부상조의 윤리강령을 굳게 실천하며 살았고 일종의 미풍양속으로 전승했다. 또 그들의 성 윤리는 신분에 맞지 않을 정도로 엄격했다. 떠돌이일망정 ‘남자 보부상은 여자보부상의 짚신을 넘지 않는다’는 여존(女尊)사상을 바탕으로 한 성도덕을 엄한 규율로 받들었다.

이 같은 불문율의 윤리강령을 지키지 않는 자에겐 엄한 벌을 주었다. 먼저 전국에 사발통문(沙鉢通文)을 띠워 모두에게 알린 다음 치도곤(治盜棍)이라는 형벌을 가하고 조직에서 추방해 버렸다.

이들은 남녀 구분없이 서로를 동무(同務)라고 불렀다. 서로가 대등한 입장에서 존경하면서 보이지 않는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런가하면 병자호란때처럼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애국집단으로 신속하게 전환했다. 전국 조직의 비상연락망을 풀가동하여 전국규모의 정보조직으로서, 예비군으로서, 주요 물자 수송부대로서 국가에 충성했다. 신분은 이같이 미천했지만 위로는 왕으로부터 밑으로는 사회저변의 민초에 이르기까지 만인한테서 사랑과 존경을 받지 않을수 없었다.

금융계가 지난주(7월 첫째주)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어차피 채택해야 할 제도이고 가야 할 길이라면 속히 시작하는 것도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서비스 부문인 금융업이 지금과 같이 어렵고 국민에게 정신적 부담이 되는 시점에서 가장 먼저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 선택인지 의아해하는 국민이 많다는 점이다. 이미 오래전에 시행일자가 결정된 것이긴 하지만 월드컵때의 흥분이 남아있고, 서해상에서의 남북충돌 사건 여파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싯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약 10%의 전략점포는 정상영업을 한다지만 전국에 걸쳐 많은 수의 중소기업과 상인들은 문을 연 은행이 이웃에 있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금융계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금융계는 은행이 경제의 심장 같은 역할을 한다면서 그 중요성을 늘 강조해왔고, 은행원들이야말로 대우 받을 자격이 있는 경제 일꾼임을 역설해 왔다. 그러던 금융계가 ‘주5일 근무제’를 가장 먼저 도입, 시행하는 것을 보고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야누스같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생긴다.

조선시대의 보부상 윤리처럼 이 어려운 시대에 온 국민을 감동시키는 윤리강령을 금융계가 앞장서 만들길 기대해 본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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