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가고 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든든한 뒷받침과 정몽구(MK) 회장의 지원, 그리고 현대상선측의 자구노력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정몽헌(MH) 회장은 완전한 경영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16.6%를 비롯, 현대택배 30.1%, 현대아산 40.0%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이다. 정 회장은 자신이 직접 소유한 현대상선 지분 4.95%와 전체 지분의 15%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현대엘레베이터를 통해 현대상선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지난달 31일 발레니우스빌헬름센라인스(WWL)와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에 자동차 운송 사업 부문을 15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했다.
현재 현대상선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자동차 운송부문 매각대금과 비슷한 1조8000억원 규모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단기 차입금이 2조8000억원에 이르렀으나 사옥매각과 현대중공업 보유지분 매각 등을 통해 1조원정도를 줄였다. 현대상선은 매각 대금을 현재 떠안고 있는 1조8000억원 가량의 단기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상선 매각이 마무리될 경우 클린컴퍼니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된다.
현대자동차와 WWL이 신설 합작법인을 설립해 인수하게 될 자동차 운송부문의 매각 협상은 한때 지분참여 비율과 장기운송 계약 기간을 놓고 현대차와 WWL이 이견을 보이면서 난항에 빠졌었다. 그러나 MH의 MK와 수차례 만남을 통한 설득으로 WWL과의 협상이 조기에 마무리됐다. 여기에 산업, 외환은행등 채권단의 지원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채권단은 이번 매각협상을 MH 경영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삼았고, 알짜사업 매각에 대한 자체구조조정 노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MH에 대해 채권단이 갖고 있는 생각을 읽을 수 있게 하는 `사건은 자동차 운송사업 매각협상이 타결된 직후에 일어났다. 현대상선은 지난 6월초 채권은행들로부터 긴급운영자금 1000억원을 신용대출 받았다. 1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담보도 없는 신용대출로 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바로 이 과정에 MH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에 따르면 MH는 채권단이 현대상선에 긴급 운영자금 1000억원을 신용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개인보증을 섰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하역비와 수송관련 경비 등이 바닥나 어려움을 겪자 정회장의 보증을 전제로 운용자금을 빌려준 것.
이러한 자체 구조조정과 매각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MH에게 `책임감을 갖고 일을 추진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에 MH의 책임을 강조한다는 뜻과 함께 그를 사실상 현대상선의 `오너‘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창호 기자 ch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