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제일은행의 합병 작업이 상당한 진척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의 전제 조건인 자산부채 실사 작업과 관련해 실사 범위와 일정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실사를 담당할 회계법인을 금명 선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은 임원회의를 통해 각 사업부서에서 추진중인 대형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 내지 철회하고 합병 이후에 논의하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합병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지난 2000년 한미은행과의 합병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를 또다시 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합병이라는 것은 실무 작업의 진척과 관계없이 대주주와 은행장의 결단력, 그리고 시장 환경에 따라 성사여부가 결정된다는 경험을 체득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합병의 성사 가능성은 10% 안팎이지만 제일은행과의 합병 가능성은 현재까지 2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하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성공 가능성도 유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합병이 꼭 이뤄진다고 장담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합병을 앞두고 은행의 주요 사업들이 순연되고 있는 것은 은행이 업무를 추진하는 데 일시적인 저해 요인이지만 반대로 그만큼 합병의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냐”며 상당한 수준으로 합병 작업이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현재 두 은행의 합병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직원 조정문제다. 이와 관련 제일은행 인원감축 문제는 이미 상당 수준 진척된 상황이다.
제일은행이 3월초 160명 가량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등 올해 들어서만 총 200명가량의 직원을 줄였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합병의 조건으로 직원수를 최소 4000여명 이하로 줄이도록 요구했었다. 이와 관련 제일은행은 급격한 인력감축에 따른 영업력 위축과 노조의 반발로 난항을 겪었지만 1인당 생산성 저하 등 은행 자체의 필요에 의해 추가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