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근무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은행의 경우 IMF이후 대규모 감원 이 이어졌지만 인력 충원은 전무해 직원 개개인의 업무강도가 높아졌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경우에는 경영정상화 목표를 맞추기 위해 감원은 물론 지점 폐쇄, 임금동결이 이어지면서 근무환경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합병과 지주회사 설립 등으로 조직 통폐합이 계속되면서 직장으로서 은행은 점차 매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때 벤처 열풍으로 은행원의 대규모 이직이 줄을 이었지만 이제는 떠날 곳도 떠날 수도 없어 근무의욕이 저하된 상태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원수는 급감했다. 12개 은행의 전체 인원은 9월말 현재 6만7378명으로 지난해말 보다 1136명이 줄었다. 명예퇴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입 행원 채용은 전무했기 때문.
은행별로는 국민은행 390명, 평화은행 229명,조흥은행 224명, 한빛은행 167명, 기업은행은 104명이 은행을 떠났다. 일부 은행의 경우에는 점포수도 지난해말보다 크게 줄었는데 한빛은행은 15개, 조흥 18개를 폐쇄했다.
한편 인력과 점포 폐쇄외에 업무강도가 높아진 원인으로는 이른바 ‘영업시간 파괴’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라지만 직원들의 부담은 크다. 외환은행은 일선 점포에서 ‘3백65일 24시간’ 영업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했고 국민, 신한은행도 상권에 따라 심야영업을 하는 점포를 가동중이다.
이러한 가운에 정부에서는 과거 혼란기에 발생했던 금융사고를 들먹이며 ‘모럴해저드 ‘기강 해이’ 등등 은행권 전체를 범죄집단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물론 최고의 도덕성과 윤리강령을 유지해야 하는 은행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적발되고 있는 금융사고는 IMF를 전후해 전체 금융권이 극도의 혼란기를 겪을 때 잠재됐던 문제가 이제와서 드러나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소규모 인력채용, 임금인상 등 개별 은행의 경영전략과 지엽적인 문제를 지적하기 보다는 은행 경영정상화와 사기진작 차원의 감독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계 중론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