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고객예탁금 이용료에 대한 조정 여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고객예탁금 이용료란 고객이 주식거래를 위해 맡겨둔 예탁금, 즉 일종의 요구불예금에 대한 이자를 말하는 것으로 현재 증권사 대부분이 예탁금 규모와 상관없이 3%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확정금리가 적용되는 고객예탁금 이용료는 최근 시장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그만큼 증권사들의 자금운용수익이 낮아지면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현재 시장금리 수준에 맞쳐 고객예탁금 이용료를 인하하거나 비활동 계좌에 대한 이용료 지급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금리인하가 지속되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고객예탁금 이용료는 지난 5~6년 동안 변함이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금리가 최하로 떨어지고 이에 따라 자금운용수익도 낮아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권의 요구불예금 이자는 은행들의 지속적인 금리인하로 평균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일부 은행들은 예금규모에 따라 이자지급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증권사들은 고객예탁금 규모와는 상관없이 3% 확정금리를 적용해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증권사 전체 예탁금 규모가 한해 평균 7조원이라고 가정할 때 1년 동안 2100억원이 이자로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증권사들이 고객예탁금 이용료를 1%만 줄여도 700억원이라는 비용이 절감된다.
특히 시장금리가 사상 유례없이 최저로 떨어지면서 증권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 인하로 증권사의 고객예탁금 운용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의 자금운용금리는 보통 4.75% 수준으로 고객과 증권금융에 각각 3%, 1%를 지급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며 “오히려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역마진도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객예탁금 이용료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증권사들은 이를 인하하거나 예탁금 규모에 따라 이자 지급을 제한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마다 고객이탈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눈치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특히 고객예탁금 이용료를 전반적으로 인하할 경우 증시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증권업계도 은행, 보험권에 이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