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들의 결산이 대부분 끝난 지난 4월부터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의 제무재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들의 유용 혐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벤처캐피털들이 사후관리 강화에 전방위적인 지원을 펼치면서 지난해 결산결과를 토대로 개별회사별 실사 작업과정에서 벤처기업들의 자금 유용혐의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것.
한 코스닥 등록 A 창투사 심사역은 최근 자동제어 계측기계를 생산하는 투자업체의 대표이사가 회사 계정 자금을 유용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것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심사역은 결산 재무제표와 주거래 은행의 자금 입출금을 분석, 주력 사업이 아닌 새로운 계좌로 현금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회사 관계자를 조사한 결과 자금 유용을 밝혀 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바이오 업체는 컴퓨터 하드웨어 등 전자 부품을 판매하는 등 무차별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회사는 올해 주총에서 정관에 관련 사업 조항을 버젓이 신설해 드러내놓고 업종을 바꾸고 있으나 해당 창투사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들 회사에 투자한 A 창투사의 경우 이외에도 팀별로 1~2업체의 자금 유용 혐의를 적발하고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난해까지의 공격적인 투자패턴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벤처캐피털들이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벤처캐피털들은 적절한 대비책이 없다. 벤처캐피털들은 투자업체의 자금유용 혐의를 적발하면 우선 언제까지 자금을 조용히 대체해 놓으라는 위협선에서 그친다. 원금 손실을 줄이고 자사의 이미지 추락을 염려해 사건을 조용히 무마하는 것이 최선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원만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 소송을 제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형사소송의 경우 확실한 물증이 없으면 승소가 어려운데다 민사 소송은 시간과 비용 소모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