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은캐피탈이 딜레마에 빠졌다. 창업투자사인 기은캐피탈은 여신업무인 팩토링과 단기자금 대출을 병행하고 있지만 벤처투자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 계열사인 기은캐피탈은 지난 99년 기은개발금융과의 합병이후 창투사이면서 여신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여신업무를 하는 창투사는 기은캐피탈이 처음으로 합병 당시 중기청은 특수한 상황을 인정해 업무 겸업을 허용했었다. 국내 대부분의 여전사는 신기술금융업자로 등록, 벤처투자와 여신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대주주인 기은캐피탈은 초창기만해도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벤처투자가 위험성이 크고 기술분석과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해지면서 합병이 회사 운용의 덜미를 잡고 있다. 팩토링 등 단기자금운용으로 인한 유동성 측면에서는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벤처투자와 여신 업무를 모두 고려하다 보니 투자 전문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떠 안고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합병후 창투사 특유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퇴색돼 지난해에는 투자팀 심사역들이 대거 자리를 옮겼다.
또한 기은캐피탈은 회사 역량에 비해 현재까지 결성한 투자조합이 3개, 150억원에 그쳐 자기자본 투자에 치중하고 있다.
한편 유동성과 투자액으로만 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기은캐피탈은 지난해 300억원을 투자했으며 안정적인 투자로 충분한 유동성도 확보하고 있다. 기은캐피탈 관계자는 “현재까지 대부분을 자본금 수준에서 투자를 펼쳤기 때문에 시장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안정적인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기은캐피탈이 은행계열인데다 여신업무까지 겸함에 따라 벤처투자를 위한 자기만의 색깔이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튼 기은캐피탈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지 관련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