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확충등 서둘러야
선물업이 도약의 기점에 와 있다. 코스닥50 지수선물로 생길 신규 수익만도 올해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선물협회에 따르면 중견기업을 비롯한 일반 투자자까지 선물사 설립에 필요한 조건을 종종 문의해온다. 선물거래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시작됐던 5년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중흥기를 맞기 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전망은 비관적이지 않다. 금융에서 선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본지는 코스닥50 지수선물 상장으로 힘찬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선물업에 대한 특집기사를 기획했다.
아울러 7개 주요 선물사의 현황도 함께 실었다.
<편집자>
쭦 현물시장을 앞질러
전 세계에 분포한 선물거래소의 거래규모는 현물시장과 연계한 헤져(hedger), 기관투자가, 개인투자가 등 다양한 시장 참가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현물시장을 앞지르고 있다.
1993년 7억6700만 계약이던 세계 선물거래량은 1999년 12억5000만 계약으로 약 2배 성장했고, 발전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선물거래소도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 뉴욕면화거래소(NYCE), 시카고 청과거래소(CPE), 런던금속거래소(LME),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캔자스상품거래소(KCBOT) 등이 속속 개설됐다.
각 국별로도 싱가포르선물거래소(SGX-DT), 홍콩선물거래소(HKFE), 도쿄국제금융선물거래소(TIFFE),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 스페인금융선물거래소(MATIF) 등이 있다.
미국의 선물시장 거래량은 1960년 390만계약에서 금융선물이 상장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해 1998년에는 5억300만계약으로 38년동안 129배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속도를 보여줬다.
원산지에 상장돼야만 성공을 거두는 상품선물과 달리 세계 금융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선물(국채선물 달러선물 CD선물 지수선물)이 더 많은 투자 메리트를 갖고 있다.
코스닥50 지수선물이 선물업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3월 증권사가 선물중개에 참여하고 선물거래의 네트워크가 보강된다면 코스닥50 지수선물 거래량은 폭발할 것이고 이는 선물산업의 토양을 더욱 기름지게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미국의 경우 금융선물 거래량은 전체 선물거래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옥수수 밀 등 상품선물을 중심으로 발전하던 미국의 선물업은 1972년 통화선물, 1977년 금리선물, 1982년 S&P주가지수 선물 등 금융선물이 본격 상장되면서 선물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전례가 있다. <표 1참조>
아직까지는 척박하고 영세하다고 할 수 있다. 상품선물에서 금융선물로 이행과정을 밟았던 외국의 경우와 다르게 금융선물 위주로 선물업이 영위되고 있다는 점도 선물거래의 저변을 확보하는 데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선물업계 관계자의 “한국적 선물상품을 개발시켜 독자적인 발전모델을 구축해야 하는데 아직은 미미한 것 같다”는 말대로 연구인력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다만 척박한 토양에서 ‘잡초’가 자랄 지 ‘들꽃’이 피어날 지는 누구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선물업의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늘 곁에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쭦 고객확보경쟁 ‘포문’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투기성이 강한 국민정서가 선물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투기가 금융의 반을 차지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나면 돈의 흐름이 어디로 흐를 지는 자명하지 않을까.
또한 반드시 투기가 아니더라도 기관투자가와 헤져의 시장 참여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만들 수 있다.
12개 선물 전업사와 29개 증권 겸업사가 있다. 자회사 부실경영으로 선물업 인가를 못받을 것으로 보이는 현대증권을 제외한다면 40개의 기관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우선 12개 선물사는 비슷한 자본금(60억원~260억원)과 인력구조(18명~64명)를 갖고 있다. <표 2참조>
선물사 최저 자본금 한도는 준회원이 30억원, 정회원이 100억원이지만 지난 2년동안 대부분 선물사가 증자를 단행해 현재의 수준이 됐다. 점유율도 삼성선물이 선두를 달리고는 있지만 동양 LG 국민 외환 한국 제일선물 등 나머지 선물사의 추격도 매섭다.
3월 증권사에 선물업 겸영 인가가 내려지면 경쟁구도는 한층 세분화된다. 동양선물 삼성선물 LG선물은 母증권사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또한 12개 선물사와 28개 증권사들이 고객 확보 경쟁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탄탄한 지점망을 갖고 있는 증권사의 시장 잠식력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회사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영업에서는 선물사만의 전문성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최근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국채선물과 CD선물은 주력상품으로 키워내고 코스닥50 지수선물을 통해 개인고객을 늘려간다면 판세는 이 분야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선물거래가 폭발하더라도 모든 수익이 선물사에 돌아가지는 않는다. 선물업을 겸업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막강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통해 선물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선물업 겸영이 허용된 한국의 경우는 미국과 비슷하다. 미국의 경우 골드만삭스 살로먼스미스바니 모건스탠리 등 100개 증권-선물 겸업회사의 조정순자본(Adjusted Net Capital)은 3억7741만달러로 JP모건선물 메릴린치선물 등 103개 선물전업회사의 조정순자본 1944만달러를 누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선물전업회사의 장기적 진로가 불안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JP모건선물 메릴린치선물 등 선물전업사들의 거래실적은 이와는 상반된 견해를 말해준다.
쭦 정부도 활성화 정책
99년 기준 메릴린치선물의 중개금액은 총 46억5158만달러로 2위, JP모건선물은 26억8355만달러로 5위, Carr선물은 16억8734만달러로 9위를 랭크했다. 거래중개 규모로 10위 안에 포함되는 선물전업회사가 3개사에 달했다는 것이다. <표 3참조>
또한 조정순자본(ANC)은 단순한 크기를 말하는 것일 뿐 영업력과 수익성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선물과 현물이 균등하게 성장하는 금융시장이 가장 이상적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일일 거래대금은 선물이 4조원, 현물이 4조5000억원 가량이다.
그러나 선물거래에서 실제 흐르는 돈은 증거금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6000억원 수준. 따라서 선-현물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까지 16對84 정도로 선물이 열위에 있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은 선물시장의 비약적 발전을 지원해 이같은 불균형을 해소하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선물시장의 발전을 위해 95년 선물거래법 제정시 선물-현물 분리 정책을 채택했다. 또한 올 초 코스닥50 지수선물의 허용을 계기로 모든 주식선물거래는 법률에 정해진 원칙에 따라 선물거래법을 적용하도록 하되 그 적용시기는 2004년으로 못박았다.
이는 선물거래소가 상품선물 뿐 아니라 금융선물까지 독점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선물시장의 성장 길목에 물꼬를 틔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투자자와의 경로가 선물사로만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예만 보더라도 두터운 선물 투자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선물중개회사(FCM), 선물알선중개회사(IB), 선물투자자문업자(CTA), 선물투자기금업자(CPO), 선물전문인력(AP) 등이 시장을 누비고 있다. 각 업무 영역별로 세분화된 업자들이 각양각색의 고객과 상담에 나서고 있다.
쭦 과제는 선물업자 양성
국내 선물중개회사들은 우선 IB와 CTA가 연내 도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불투명하다. 정부가 IB가 난립할 경우 불공정선물거래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 방안을 마련한 후 이같은 업무영역별 선물업자를 양성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선물사의 네트워크가 빈약하다는 점도 당면 숙제다. 현재 12개 선물사는 은행과 계좌제휴를 맺어 빈약한 지점망을 보충하고 있지만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증권사와의 경쟁에서도 어떻게 마케팅을 전개해 나갈지 방향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증권사가 참여하지 않는 2~3월 선물사만의 고객잡기에 더 많은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