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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뛰자 증권사 구조조정 ‘주춤’

문병선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1-01-14 23:19

밀려드는 예탁금으로 自救명분 없어져

인력감축 합병논의 ‘체질개선’등 꼬리감춰

주식시장이 폭등하면서 증권사의 구조조정이 일시적으로 주춤하고 있다. 몸집이 큰 대형사들은 올 초 대폭적인 인력감축에 나서려 했지만 밀려드는 고객예탁금으로 수익이 늘어나며 구조조정의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업계 개편의 불을 당길 것으로 예상됐던 증권사간 합병논의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폭등장세로 순이익이 수백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지난해 급속하게 늘어났던 누적적자가 줄어들고 있다.

삼성 대우 LG 대신 현대증권 등 대다수 증권사가 이번 달 들어서만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기록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증권사를 괴롭혔던 대우채 손실, 대우 담보CP 손실 등의 요인이 사라진 데다 증시가 폭등하며 시장조성 평가손이 평가익으로 돌변하면서 이익규모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누적적자가 줄어들수록 이익은 많이 남게 되지만 이는 구조조정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대 금융계열사(현대증권 투신증권 투신운용)는 올 초 AIG에 매각되면 큰 폭의 인력감축을 단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매각협상이 지연되는 데다 증시가 급격하게 회복되고 있어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 관계자는 “부서별 비용절감 계획을 세워두기만 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우증권도 3200명이던 인원을 지난해 2700명으로 줄였고, 올 초 다시 200여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직원 1인당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소수정예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000억원에 가까운 누적흑자가 기대되면서 일부에서 이같은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냐는 의문이 나오기도 한다.

LG증권은 지난해부터 조직 슬림화와 인원 감축을 고려해 왔다. 조직 슬림화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 문제는 인원 감축이 실행에 옮겨지느냐는 것이지만 최근의 기류는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증권주가 폭등하고 고객예탁금이 늘어나면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수백억원의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나마 구조조정의 명분이었던 ‘증시침체’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형증권사를 위주로 진행되던 합병논의도 거의 중단됐다. KGI증권 서울증권 등은 타증권사의 무관심으로 논의 자체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증권사들이 현 상황만 지속된다면 소폭의 흑자를 기록하며 증권업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KGI증권 서울증권 등은 오히려 현 상황에서 수익을 늘리는 방안에 더욱 골몰해 있다.

또한 70% 이상의 수익원을 차지하던 브로커리지 업무에서 벗어나 종합자산관리 위주로 체질을 개선하려 했던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 상품 출시 일정을 신속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로 증권사 체질을 전면 개편하려는 야심작이다. 물론 현재 허용된 자문형 랩은 이러한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상품이지만 국내 증권사가 랩시장에 발을 들여 놓는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증시 폭등으로 고객의 관심이 치솟는 주가에만 몰리자 랩의 상품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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