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험사들은 은행들이 대출을 빌미로 무분별하게 고객들 빼내기에 나서고 있다고 볼멘 소리지만 근로기준법상 퇴직신탁의 수급청구권은 개인에 있기 때문에 대출과 퇴직신탁 영업을 연계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은행들의 주장이 타당성을 갖는다는 것이 금융계의 중론이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과 보험사간에 퇴직신탁을 둘러싸고 상호비방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은행의 퇴직신탁 담당자들은 보험사가 계약이전을 요구하는 기업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이전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담당자가 장기출장 중이며 업무상 핑계를 대며 처리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킨다며 보험사의 비신사적인 영업활동을 비난했다. 반면 보험사들은 은행들이 주거래고객에게 대출을 빌미로 보험사의 장기 거래 고객을 대거 빼내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은행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며 “퇴직신탁은 종퇴보험과는 달리 양도와 담보대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퇴직신탁 고객을 따로 선별해 대출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은행 입장에서는 오히려 번거롭고 복잡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퇴직신탁을 놓고 은행과 보험사간에 첨예한 대립을 벌이는 것은 퇴직신탁 시장은 신규고객 창출이 거의 없고 기존의 시장을 은행이 참여하면서 보험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부터 은행권이 퇴직신탁 시장에 진입하면서 보험사들의 MS가 급격히 줄고 있는데 은행들은 보험사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자산운용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기업 고객들의 마음을 돌려 놓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의 수익률이 보험사의 퇴직보험 보다 1.5∼2%포인트 높고 퇴직신탁 가입시 은행에서 제공하는 카드와 수수료 면제 등의 각종 서비스는 보험사의 고객을 유인하기에는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약 38조원에 달하는 퇴직신탁 중 연말까지 은행권은 적어도 6000억원 이상 시장을 추가로 확보해 올해만도 약 9000억원 이상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계는 전망하고 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