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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PB영업 초기 실패한 까닭은?

문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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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0-12-06 23:12

부유층고객 흡수하려 외국상품 무분별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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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 영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증권 63 시티오피스 지점의 경우 지난 5월 개점한 이래 겨우 71억원의 예탁자산을 받았다. 영업인원이 17명이고 고객 1인당 최저 투자한도가 평균 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명의 영업인력이 1명의 고객을 유치한 데 불과한 실적이다.

동원증권이 지난 10월 개점한 강남 르네상스 호텔의 마제스티 클럽은 한달동안 24억원의 예탁자산을 받았다. 최저 투자한도가 3억원이므로 8명의 고객이 마제스티 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거나 친인척들에 의한 자금이 대부분이라는 후문이다.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사들이 강한 의욕을 갖고 속속 개점하고 있는 PB영업이 이처럼 죽쓰게 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후진성을 지적하고 있다. PB 관련 증권사의 한 임원은 “지난해 국내 증시가 100% 수익률을 달성했던 사실이 투자자의 뇌리에서 아직 떠나지 않으면서 연평균 10% 내외의 수익만을 안겨주는 PB상품은 고객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전했다.

단기간에 돈을 굴려 크게 한탕한 뒤 빠지려는 투자자는 많지만 5년에서 10년의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있는 투자자는 흔치 않다는 말이다.

PB상품이 발달한 미국 및 유럽지역과 우리나라의 사정이 분명한 차이를 갖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유럽의 경우 PB상품의 수요층인 귀족사회가 일찍부터 발달해 있었다. 당시 귀족들은 거액의 돈을 가지고 있지만 해당 자금을 직접 굴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당연히 거액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산업이 발달했다.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미국의 금융시장도 펀드매니저에 의한 간접투자의 중요성이 지난 80년대부터 강조돼 왔다.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일부 투자계층과 이를 통해 월가의 부흥을 도모했던 금융기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서부의 광산재벌, 중부의 석유재벌, 동부의 산업재벌을 발판으로 등장한 부유층이 금융시장의 간접상품화에 불을 당겼다. 이들을 겨냥한 PB시장도 함께 성장해갔다.

반면 우리의 금융시장은 이제 막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시점이다. 리스크 관리제도도 얼마전 도입됐다. 금융시장 가운데 국채시장만 유일하게 살아 있을 뿐, 외환 증권 채권시장은 모두 개차반이다. 환율조정 지수조정 금리조정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변화를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끌어줄 한국적인 금융상품이 절실한데, 국내 금융기관이 애써 도입해 개발하고 있는 상품은 모두 남의 나라에서 발달해온 것이 태반이다.

이 때문에 PB시장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무리 돈이 많은 부유층이라도 3억원의 여윳돈을 믿음이 가지 않은 몇명의 컨설턴트에 의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컨설턴트들이 투자하는 곳이야 안봐도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시중 부동자금 220조원중 부유층이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150여조원은 아직까지 정기예금 MMF MMDA 등에 똬리를 튼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랩상품과 PB상품이 뿌리 내리기에는 아직까지 국내 금융시장은 안정되지도 않았고, 믿음을 주지도 않고 있다. 단타 위주의 체질이 만연한데, 장타 위주의 외국시장에서 먹혀 들었던 상품이 투자자에게 매력을 줄 여지가 없다. 게다가 겟돈이 가장 큰 장기투자 상품이었는데 이름도 생소한 랩어카운트니 프라이빗뱅킹이니 하는 단어들이 얼만큼 토종고객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을까. 아쉽지만 증권사들이 의욕을 갖고 선보이고 있는 부유층 고객을 위한 상품에 아직 투자자들은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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