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손보사 인수를 공식 표명하고 대상회사 물색에 나섰던 미국의 AIG와 독일의 알리안츠가 국내 손보사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견실한 것으로 알려졌던 국내 손보사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지급여력비율 미달사태를 빚으면서 증자결의로 겨우 적기시정조치를 면하는 등 침체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인수했다간 거액의 투자자금만 쏟아부을 우려가 있다는 것인데, 단적으로 해동화재를 인수한 리젠트 그룹이 이를 반증한다는 지적이다. 리젠트는 해동화재를 인수한 후 증자대금으로 866억원을 투자했고 상반기 결산시 지급여력비율 미달이 확실시되면서 500억원의 후순위 차입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대대적인 TV광고를 전개했던 점을 고려할 때 리젠트가 해동화재에 쏟아부은 돈은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리젠트화재의 경영상태는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8월말 현재 14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M/S도 1.8%로 해동화재 시절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초반 인터넷 전용 자동차보험을 선보이면서 기존 상품보다 8% 저렴한 보험료를 제시하며, 자보시장에서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생·손보시장에 지점 형태로 진출해 있는 AIG의 경우 다이렉트 마케팅 시장을 선점한다는 야망 아래 대규모 콜센터를 건립하는 등 공격태세를 갖추고 국내 중하위 손보사 가운데 한 회사를 인수키로 방침을 세웠다. 이때 거론된 회사가 신동아화재. 그러나 양사간 구체적인 접근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생명을 인수, 이미 국내 생보시장 진출에 성공한 알리안츠도 손보시장 추가 진출을 위해 손보사 인수를 희망해왔다. 실제로 알리안츠는 국제화재를 인수대상으로 지목하고 실사를 마쳤지만 국제화재가 매각가격을 높게 부르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됐다.
그러나 주가하락 등으로 손보경영이 악화되자 마음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당분간 국내 손보사 인수는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모기업인 대한생명이 매각을 결정한 신동아화재, 알리안츠와 협상이 결렬된 국제화재 등 일부 손보사의 M&A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신동아화재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기업은 SK, 롯데, AXA 등 3개 그룹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중 현재 손보사 인수팀을 운영하고 있는 SK그룹이 일찍부터 손보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는 측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그룹물건이 많아 일반보험에서만 연간 700~1000억원의 보험료가 들어올 수 있으므로 업계 6위권인 신동아화재를 인수할 경우 일약 업계 5위권 도약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동아화재 인수에 적극 나설 공산이 크다.
또 국제화재는 리젠트그룹의 국내 금융지주회사인 KOL이 지분참여 방식으로 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외자유치의 물꼬를 텄다. 과연 리젠트그룹이 알리안츠가 물러난 틈을 이용, 국제화재를 인수하게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성희 기자 shfre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