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기관 및 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내년부터 본격화될 CRV 설립을 놓고 은행들과 국내투자기관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은행들은 CRV 설립이 외국 투자기관들의 입맛에만 맞춘 급조된 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것은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의 설립이 아더앤더슨사의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마련된 것이며 법안과 제도 운영의 기본방침이 아더앤더슨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국내 투자기관들과 외국투자기관들의 경쟁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 결과적으로 CRV설립 상대는 외국기관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 투자기관들은 동남아 금융시장의 붕괴에 따른 부실채권 정리 경험이 풍부한 반면 국내 기관들은 부실채권 정리 경험은 IMF 이후 자산관리공사를 비롯한 일부 대형기관들에 국한됐기 때문에 국내 중소형 업체들과 업무제휴를 추진하기는 불안하다는 것이다. 한 은행 기업구조조정 담당자는 “CRV법은 외국 투자기관의 투자활동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국내에서는 KTB네트워크 등 일부 대형 기관을 제외하면 참여할 수 있는 기관이 사실상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벌써부터 외국 투자기관으로부터 CRV 설립을 함께 하자는 제의를 받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국내 워크아웃기업은 모두 외국 투자기관에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산관리공사도 CRV가 설립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함에 따라 인력과 비용의 중복투자가 예상된다”며 “부실채권을 외부 기관에 완전히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회생되고 이익을 실현될 때까지 5년간 은행이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