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 금융논리
시스템 ‘넉다운(?)’
외국社의 관전평
사상 초유의 금융공황이 예고됐다. 한국증권거래소 노조와 민주노총은 주가지수선물을 부산으로 이관하는 방침이 확정되면 시장을 중단하겠다고 공표했다. 금융시장의 핵심인 증권거래소가 문을 닫을 경우 그 충격의 여파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가신인도는 ‘지수선물 돌풍’을 맞으며 또다시 추락할 위기다. 파국으로 가는 부산-서울 거래소간 혈투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선물거래소가 주가지수 선물을 이관받기 위해서는 총 1150억원의 자금이 더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물거래소의 현재 재정상태에서는 1150억원의 자금을 차입할 마땅한 대안이 없어보인다. 따라서 자금확보가 지수선물 이관 문제를 결정지을 키 포인트로 드러나고 있다. 주요 부문별 자금수요는 크게 결제불이행에 대비한 공동기금 적립금과 지수선물 이관에 필요한 자금 등이다.
▶ 결제불이행 ‘맷집 키우기’ 자금 = 증권거래소는 부산선물거래소의 결제능력은 ‘제로’라고 밝혔다.
선물거래에서 결제이행은 회원사가 1차 책임, 거래소가 2차 책임, 회원사들이 공동으로 최종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선물거래소는 회원사가 디폴트 상태에 빠져 1차 책임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 공동기금을 적립하고 있다. 지금까지 200억원이 모였다. 그러나 코스닥지수 선물과 주가지수 선물이 부산선물거래소로 통합 운영될 경우에 이 돈은 턱도 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4월 기준 회원사들의 예탁자산은 총 8270억원. 12개 회원사이므로 1개 회원사는 약 800억원의 돈을 변제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본금 규모가 100~200억원에 불과한 선물사들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2차 책임이 있는 거래소의 결제능력이 도마에 오른 것인데 선물거래소 또한 200억원의 공동기금으로 유사시 자금수요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유사시 800억원의 공동기금은 적립돼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600억원 정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증권거래소 노조는 부산선물거래소의 결제이행능력에 대한 ‘맷집’이 지극히 빈약하다고 주장한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선물거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회원사들이 거래소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결제이행 능력을 꼽고 있는데 부산선물거래소가 이를 충족할 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특정 회원사 파산 →거래소 디폴트 →회원사 전체에 위험전가’라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비춰보면 선물거래소의 결제이행 능력은 썩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선물거래소의 입장을 들어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선물거래소의 주거래은행은 외환은행 부산은행 농협 등 3개 기관이다. 선물거래소는 부산에 최초 설립하면서 이들 기관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내용은 유사시 200억원의 공동기금을 보완하기 위해서 총 300억원의 일시차입이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코스닥지수선물이 상장되면 40여개 증권사가 특별회원(정회원이 될 가능성도 있음)으로 참여해 공동기금은 그만큼 늘어난다고 선물거래소는 해명했다.
▶ 재무건전성 충족 자금 = 결제불이행 위험이 회원사의 부도위험이 전가된 경우라면 재무건전성은 선물거래소 자체의 파산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다. 선물거래소의 자본금은 310억원. 12개 회원사가 출자한 금액이다. 지금까지 선물거래소는 전산투자비용으로 180억원을 사용했다. 80억원 정도는 고정비용과 경비에 들어갔다. 남아있는 돈은 현금 50억원 정도다.
문제는 앞으로 필요한 돈이 5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다는데 있다. 증권거래소는 주가지수선물 부산이관에 소요될 비용으로 500 ~600억원을 예상했고, 부산선물거래소는 100억원으로 추산했다.
어느 쪽 주장이 맞든 선물거래소는 주가지수선물 이관으로 은행차입이 불가피한 것을 알 수 있다. 최소 50억원에서 많게는 550억원을 빌려와야 한다.
부산선물거래소의 재정에 관해서는 감독당국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말이면 선물거래소의 돈은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닥선물에다 주가지수선물까지 가져가면 선물거래소가 어떻게 살림을 꾸려갈 지는 두고봐야 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선물거래소측은 현재의 재무상태보다 미래 현금흐름에 더 중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수수료수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고 내년쯤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문병선 기자 bsmoo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