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는 우량은행간 합병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지금과 같이 은행간 갈등과 불신이 만연한다면 설령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후유증이 장기간 지속돼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은 주택은행과 정부 당국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노조를 중심으로 이른바 ‘反 주택은행’ 운동이 본격화되는 등 정부의 인위적 짝짓기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한미은행은 주택은행이 언론을 통해 두 은행과의 합병을 공론화하면서 합병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에 극도의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미은행 노조는 공식적으로 ‘反 주택은행’ 운동을 벌이기로 결의하고 지난 11일 사내 공문을 통해 ‘주택은행에 보내는 경고 메세지’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노조는 게시물을 통해 “한미은행 죽이기에 나선 주택은행에 항의 전화투쟁을 벌이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한미은행 노조는 “주택은행의 태도에 따라 투쟁의 수위와 시기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해 투쟁이 장기화되고 집단행동도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나은행은 정부와 주택은행의 합병 주장에 대해서 ‘무관심’과 ‘평가절하’의 태도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주택은행의 합병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방적인 희망사항”이라며 “주택은행의 합병 주장에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는 것은 오히려 주택은행의 사기를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택은행은 합병이라는 대형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 뿐 특정은행과의 합병을 서둘러 추진할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주가 상승, 시너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아직까지 합병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며 “합병 논의가 현재는 내부 조율단계”라고 말했다. 주택은행 다른 관계자도 “행장은 평소 합병에 대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노조, 직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IMF이후 지속해온 혁신작업이 퇴색한다는 점에서도 조만간 합병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한은행은 국민은행이 자행 대주주인 재일 교포들에게 1대 주주 지위를 보장할 수도 있다며 합병 제의를 하고 있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들은 국민은행 측에 더 이상 자신들을 괴롭히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독자생존 방침이 확고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또 신한은행측은 지금까지 자신들은 공식적으로 국민은행으로부터 어떤 합병 제의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