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보험료의 자유화는 올 한해 손보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초강력 무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각 사들이 사업비 부문에 대해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료를 인하할 수도 있고, 인상할 수도 있는 탓이다. 사업비 부문에서 여유가 있는 회사는 보험료를 낮추면 되고, 그렇지 못한 회사는 보험료를 올리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보험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전체 손보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모든 회사의 담보내용이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회사보다 보험료를 높게 책정할 수 없다는데 딜레마가 있다.
한 회사라도 보험료를 낮추면 나머지 회사들도 보험료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가격 자유화 시행 취지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저렴한 가격’이 또 다른 부실 보험사를 탄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의 예를 보면 처음엔 가격 경쟁이 치열하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보험모집질서는 무너지고, 대형사들이 가격경쟁을 주도하면서 손보시장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국내 손보업계도 처음에는 심한 가격 경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모집조직이 우월하고 보상 서비스 수준이 우수한 대형사들이 M/S를 넓혀갈 경우 중소형사들은 차별화된 보험료, 즉 저렴한 보험료로 M/S 수성에 나설 것이 자명해진다.
이렇게 되면 대형사들도 가격 경쟁에 뛰어들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중소형사의 부실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한번 인하된 보험료는 다시 올리기가 쉽지 않은게 국내 현실인 점을 감안해 볼 때 인하된 가격으로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만약 일부 회사가 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할 경우 계약자의 저항이 심할 것이고, 금감원도 섣불리 인가해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가격이 고착화될 경우 자동차보험의 M/S가 2% 미만인 회사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보험료가 15% 이상 인하된다면 2년 이내에 4~5개사가 부실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곧바로 서로 합병하거나 대형사에 흡수되지 않으면 외국 보험사에 매각되는 등 구조조정의 길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손보업계의 노력과 함께 감독당국의 철저한 사전 감독이 요구된다. 또 국내 업계도 유한담보를 도입, 보다 차별화된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IMF 이후 생보업계가 부실사 퇴출 등의 구조조정 바람으로 휘청일 때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했던 손보업계에 보험가격 자유화 이후 하나 둘씩 자연도태되는 사태가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김성희 기자 shfre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