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게이트’라는 이름의 벤처캐피털 설립등기가 난 것은 지난주. 박씨가 대표이사직을 맡았고 과거 외환은행 금융공학팀에서 함께 근무하던 직원 3명이 함께 은행을 나와 임원으로 합류했다. 여기에 LG증권 출신으로 유망 벤처기업 2곳의 CFO를 맡는 등 업계에 해박한 전문가 1명이 영입됐고, 비상근 이사로 로펌의 명망있는 변호사도 참여했다.
물론 자본금 1백억원을 박대표가 직접 출자한 것은 아니다. 벤처게이트의 대주주는 ‘제이씨현’이라는 반도체전문업체. 이 회사가 84%를 출자했고 14%는 제이씨현의 오너 및 관계인이 자본을 댔다. 나머지 2%는 박대표를 비롯한 ‘파트너‘들이 주주.
박대표는 지난 8월 제이씨현에 경영전략을 자문해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결국 박대표의 전문적인 식견과 감각을 믿은 제이씨현측이 그의 창업에 후견인 역할을 하게 된 것. 제이씨현측은 자본을 댔지만 박대표에게 전적으로 경영을 맡기는 한편 반도체 관련 기술심사등에 부분적인 도움만 주기로 했다고.
박대표가 ‘뱅커’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의 변신을 결심하게 된 것은 M&A팀장으로 일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확연하게 읽었기 때문. 박대표는 “대기업중심의 산업구조에 한계가 왔음을 체감했다”며 “M&A시장도 점차 벤처기업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고, 이러한 흐름이 결코 단기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벤처게이트는 창업전부터 영업준비에 나서 이미 여러건의 투자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대표는 외환은행에서 진행중이던 M&A건이 걸려있어 은행과의 연을 한꺼번에 끊지 못하고 현재는 ‘비상근 자문역’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지금은 강남역 인근의 벤처게이트 사무실에 상근하면서 틈틈이 외환은행 관련 업무도 함께하고 있다. 1월말경 은행관련 업무를 마무리 짓고나면 벤처캐피털업무에 전념할 계획이다. 벤처게이트가 공식적인 개업식을 내년초로 미룬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