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거래소의 유치를 위해 `정치 논리`라는 멍에까지도 짊어졌던 부산시가 아직 선물거래소의 활성화를 위한 마땅한 부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업계에서의 불만이 높다. 이와 함께 현 시장에 대한 활성책을 고민하기보다는 다소 막연한 사업들에만 치중하고 있어 우려의 소리도 커가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지난 14일 선물중심 도시라는 장기 비전을 공식적으로 표방하고, LME(런던금속거래소) 지정창고를 부산에 유치해 창고증권을 발행키로 하는 한편 주가지수선물(KOSPI200) 및 옵션의 선물거래소 이관을 건의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부산시의 기존 활성화 대책들은 물론 향후 비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실정.
현재 11개 선물사들 중 부은선물을 제외한 10개사의 본사가 서울에 있는데다 부산 지점도 3개사만 설치해 놓은 상태다. 거래소 개장 초기부터 거래소가 부산에서 문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원사들은 서울을 고수하고 있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따라 실제 거래소와 부산시측에서 회원사들에게 부산으로의 이전을 회유했다는 것. 그러나 회원사들로서도 영업기반이 취약한 부산으로 옮겨가더라도 응분의 대가가 없다는 불만이다.
이와 관련 부은선물 관계자는 "부산에 본사가 있어 권내 시장 장악이라는 메리트가 있지만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며 "자금조달면이나 세제면에서 별다른 혜택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협회 차원에서 부산 이전시 법인세 감면혜택 등을 건의했으나, 이같은 조항은 주로 제조업체에 해당되기 때문에 금융기관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현재는 특례조항 신설 등도 가능할 수 있지만 부산시에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선물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산시의 행보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개장 자체를 역내 자금유입이라는 등식에 지나치게 민감해 선물사들은 물론 고객예탁금을 맡고 있는 증권금융의 부산 이전이라는 다소 억지스런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 또한 최근 활발하게 진행중인 LME지정창고 유치계획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이는 조달청에서 재고 조절용으로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태긴 하지만 일본과 싱가폴에 지정창고가 있는 상황에서 물류비용의 경쟁력이 뛰어나지 않은데다 정치·군사적으로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는 한국에 창고를 설치할지 미지수라는 것. 일부에서는 지정창고와 창고증권 발행이 현 상황에서 필요한 것인지도 의문시하고 있다.
결국 선물업계에서는 현실성있는 시장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 선물거래시 증거금 추가 인하나 신상품 개발 등도 가능하지만 현재 상장돼 있는 상품들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정훈 기자 futures@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