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요청자료 취합에 여념이 없어야 할 종금협회가 ‘전화기’에 시달려 업무를 보지못할 지경에 빠졌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8월초 방영된 피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제도의 보도 때문. 피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제란 말그대로 법적인 피상속인이 재산을 물려준 사람의 생전 금융거래를 조회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고 피상속인 입장에서는 ‘밑져야 본전’이므로 금융감독위원회 민원실에 의뢰를 하게 된다.
TV보도 이후 이같은 사실을 알게된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문의를 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지난 7월까지 많아야 하루 평균 두 세건에 그치던 것이 8월 한 달동안만 2백건이 넘었다. 단숨에 두 배가 뛴 셈이다.
협회는 사실상 일손이 마비됐다. 2백여건을 일일이 업계에 확인하는 것이야 팩스로 주고 받으면 되지만 쇄도하는 전화문의에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다음달 10일까지 금감위 민원실에 보고할 공식 문서를 만드는 것도 장난이 아니다. 또 의뢰자에게 일일히 통보를 해 줘야하는 것도 문제다. 집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퇴근하고 난 뒤에 연락을 하기도 난처하다.
급기야는 ‘다섯자리 주민등록번호’도 등장했다. 주민등록 체계가 바뀌기 전에 세상을 뜬 사람까지 조회가 들어온다는 얘기다. 며칠전에는 뒷자리 주민등록 번호가 ‘0’번인 고인까지 나왔다고 한다. 종금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남자는 1, 여자는 2로 시작하지만 예전에는 0번도 있었던 것 같다”며 “새로 역사공부를 하는 기분”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신익수 기자 soo@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