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부국금고 매각 발표 후 대형금고들은 부국금고 B/S, P/L를 구해놓고 고민에 빠졌다. 덩치만 놓고 본다면 인수만 하면 11개의 영업망을 확보하면서 ‘지역은행’의 입지를 굳힐 수 있지만 고정이하 불건전자산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불건전자산 규모는 3천억원. 현재와 같은 영업환경을 감안하면 정리에만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국민은행에서 호조건의 ‘시드머니대출’을 보장하겠지만 신규대출이 전면 중단되다시피한 업계 사정은 여전히 부담이다. 그래도 ‘지역은행전환’이라는 업계의 ‘숙원’을 달성할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물밑 인수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한솔금고. 조흥금고 인수에 이어 ‘부국인수’까지 선언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한솔에게는 지난해 57억원의 적자시현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금고법상 인수요건으로 ‘최근 3년간 경상이익 및 당기순익이 발생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 따라서 인수는 불가능하다. 인수자격이 없는 탓이다. 결국, 부국을 ‘먹기’ 위해서는 한솔그룹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솔그룹에서 인수를 한 뒤 한솔금고와 합병을 시키는 형태일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이 방안도 만만치는 않다. 순자산가치가 플러스로 알려진 부국의 경우 자산가치분 만큼 대주주인 국민은행측에 신주를 발행해 줘야 한다. 자회사를 떨어내려는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지역은행 전환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동부금고도 변수. 물론 지역은행 전환은 장기비전이고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는 것이 금고측의 공식 입장이지만 금감원과 업계 관계자들 간에는 이미 동부그룹이 개입했다는 ‘설’이 강하게 일고 있다. 다만, 보수적인 경영원칙을 놓고 보면 ‘불건전 자산 3천억원’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있을 경우에만 나설 것이라는 게 중론.
최근에는 국민금고를 인수하고 몸집부풀리기에 나선 동아금고까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대부분 대형사들 역시 ‘입맛’은 다시고 있지만 불건전자산 때문에 ‘그림의 떡’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국 부국금고 매각의 ‘키’는 불건전자산 3천억원에 대한 ‘보상’조건이 쥐고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이 얼마나 좋은 조건으로 시드머니를 대출하느냐에 따라 대형사들의 행보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타 자회사처럼 국민은행이 흡수합병 형태로 떠안기도 부담이다. ‘3천억원’의 불건전자산은 은행 BIS비율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어떤 조건을 내 걸지, 과연 ‘지역은행’은 탄생할 수 있을 지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익수 기자 soo@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