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단은 현대증권의 지나친 리서치 인력 확보 욕심. 현대증권은 올초 기존 리서처 20명 정도가 영업직으로 전환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는 한편 자체 리서치 능력 제고를 위해 각 증권사별로 유능한 리서처들을 마구잡이로 스카우트하기 시작한 것.
이 과정에서 지난 3월 현대가 교보증권의 리서처 3명을 스카우트해가자 위기 의식을 느낀 교보측에서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아도 10명 안팎의 소수 정예로 리서치팀을 이끌어 오던 교보는 이들 3명이 퇴사하자 리서치 능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이에 교보증권 신평재 감사가 서울대 상대 동문인 현대의 이익치 회장을 직접 찾아가 더 이상 인력을 빼내가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다는 것이 후문. 특히 이회장은 이 자리에서 스카우트 자제는 물론 향후 자진해서 현대로 오려는 인력까지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협정을 맺은 지 불과 3개월만에 현대측에서 교보의 한 리서처를 또다시 스카우트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대가 이처럼 협정을 파기해 버리자 교보측은 이 리서처의 사직서를 수리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현대측에 무언의 항의를 하고 있다. 또한 사직 허용은 현대로의 입사 허용과 직결되는 것이어서, 이를 허용할 경우 교보 스스로 현대의 협정 파기를 인정해 주는 셈이 돼 쉽게 대처하기 어려운 상태다.
현대도 도의적인 면 때문에 이 리서처에 대한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 현재 이달 말까지 출근이 어려워지면 현대측에서도 입사를 취소하기로 방침을 정해 놓고 있어 이 리서처는 자칫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한편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돈으로 마구잡이 스카우트해가는 대형사나 돈에 좌우되는 사람도 큰 문제지만, 증권사간 갈등으로 유능한 인력이 사장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이정훈 기자 futures@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