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클레리언 캐피탈측은 이번 딜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지분의 1백%를 비교적 좋은 가격에 매입했으며, 지분인수와 함께 채권단앞의 부채가 전액 정리돼 해태음료가 완벽한 ‘클린 컴퍼니’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클레리언 캐피탈에서 채권단으로 이동하는 현금흐름에 비해 부채총액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채권단은 부채를 정리하는 대가로 어느정도의 부채탕감을 감수한 셈이다. 물론 채권단 입장에서는 무수익성 여신을 일거에 털어버려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클레리언캐피탈은 해태음료에 대한 투자기간을 4년 정도로 보고 있다. 이 기간중 경영을 정상화 시키고 2~3년후 상장까지 추진해 투자원금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 상응하는 투자수익을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지분을 1백% 인수했기 때문에 해태음료의 구조조정 작업은 전적으로 클레리언측의 구상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지분인수후 빠른 시일내에 경영진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최소한 6개월~1년 정도는 경영관리 전반에 밀착해 관여할 수 밖에 없다는 것. 클레리언 캐피탈은 해태음료의 앞날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97년11월 부도가 났고, 화의신청후 다시 취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 채권단이 관리하는 기업으로 남아있지만, 부도후 현재까지 영업이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광고 및 홍보에 거의 투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등 저력있는 기업이라는 것. 또, 해태음료의 전국적인 영업망에도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현재의 영업망을 새로 구축하려면 최소 3년의 시간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해태’의 브랜드 가치가 높고, 주요 상품의 상표가치도 무시할 수 없는 등 해태음료가 가진 유무형의 자산은 동종업계의 어떤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
따라서 클레리언캐피탈은 해태음료 내부 경영관리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새로 주입되는 자본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면 단기간내에 우량기업으로 도약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해태음료 지분 인수를 결정하기 전 클레리언 캐피탈은 수개월간 시장을 탐색해왔다. 그 과정에서 10여개 회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봤지만, 결국 8월초에 공식 접촉을 시작한 해태음료 딜이 초스피드로 진행돼 성사단계까지 왔다. 해태음료 외에도 클레리언은 건당 3백만달러 투자규모의 직접투자 2건을 진행, MOU체결단계에 있으며, 두 업체 모두 벤처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레리언측은 아직 딜이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투자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모집된 1억달러의 펀드규모를 초과,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펀딩을 약속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클레리언캐피탈의 해태음료 인수는 부실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대표적인 직접투자 사례로 꼽힐만 하지만, 우리 경제 전체로 볼 때 이 결과가 ‘베스트’였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사실상 클레리언은 제일제당과 해태의 인수협상 결렬로 인해 뜻밖의 소득을 얻게된 측면이 강하다. 구조조정의 취지에 비추어 제일제당에 인수되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을 제기하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다. 과연 ‘프라이빗 에쿼티(Private Equity)’를 통한 외국인투자자의 국내기업 인수가 어떤 결과를 일구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